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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Sep 07. 2023

겸손 따위 버리고 사는 겁니다

스윙스의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

얼마 전부터 브런치스토리에 적은 글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적어두고 보니 둘 다 스토리라는 점이 그럴싸하다. 지인들로 친구가 맺어진 인스타그램이 조회수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나름대로 큰 도전이자 시도였다.


사실 나는 숨은 편에 속했다. 이걸 겸손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나는 내 글이 좀 부끄러웠다. 그건 소싯적에 기자로 일할 때도 그랬다. 글로 돈을 벌면서도 내가 쓴 글을 잘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글의 주제가 기술 분야라서 상당히 재미가 없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좀 부끄러웠다.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나 스스로 나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예 감췄다. 어쩌다 '뭘 쓰느냐'는 대화가 나와도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네이버 메인이라도 떠서 '이런 거다' 말해줘야지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욕심이 큰 사람일수록 평가의 기회조차 거절한다.




그게 더 이상 부질없다고 느끼게 된 건 희한하게도 내 능력을 인정하고 난 이후였다. 나 스스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쓰는 것이다'라고 깨닫게 되자, 이걸로 응원받고 싶었다. 누구보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따지고 보면 나를 아는 사람들도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데 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타인에게 별로 관심 밖의 사람이겠지.


나 스스로 이런 변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다 스윙스의 인터뷰를 봤다. 스윙스는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윙스의 말)
'자존감'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나를 인정하는 마음이이에요.
'자존심'은 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에요.
'자신감'은 나를 믿는 마음이고요.


예전의 나의 상태로 따져보면, 나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강하고 자신감은 없었다. 한참 자존감에 대한 책이 나올 적에 '나 정도면 괜찮지'라고 넘기고 말았는데, 반성해 보니 아니었던 거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능력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 글을 쓰는 능력치로 보자면, 그때가 지금보다 지식도 많고 언어적 스킬도 뛰어났다. 결국 이유는 '나'에 대한 마음, 심리 상태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내게 거짓말을 하고 살지 않았나 싶다. 스윙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자기한테 솔직했냐 안 했냐에서 차이가 엄청 많이 나요."


여기서 거짓말은 단순히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굳이 비슷한 말을 찾아보면 '자기 합리화'가 적당할 것 같다.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늦은 이유는 차가 막혀서가 아니라 내가 늦게 출발해서다. 발표 심사에 떨어졌을 때, 심사위원이 나를 과소평가해서가 아니라, 내 준비가 부족해서다. 내 인생의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지 않고 온전히 나로서 감당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솔직하기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 책임이다라고 인정하는 게 쉽게 될 리 없다. 


하지만 내가 사는 인생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안다. 항상 묻는다. 지금 나의 생각은 내게 거짓말인가 아닌가? 나부터 내게 솔직했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는다. 겨우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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