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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Sep 19. 2023

편법의 현장 - 올림픽대로 분당수서 IC 진입 구간

올림픽대로 퇴근길 단상

서울의 퇴근길은 아주 고난길이다. 지하철만큼이나 도로 역시 난장판이다. 서울 곳곳에서 막히고, 보채고, 끼어들고, 파고들고 정말 난리통이다. 한번 돌파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 있다면 올림픽대로에서 분당수서 IC로 빠지는 구간이다. 여긴 오후 2시만 넘으면 서서히 막히면서 오후 4시 넘어서 저녁 9시 지날 때까지 아주 꽉 막힌다.


내 퇴근길은 강변북로 타고 청담대교를 넘어가지만, 강남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거쳐가야 한다. 여길 통과하지 못하면 잠실역이나 올림픽공원까지 돌아가야 한다. 체감상 10분 정도 더 걸리는 것 같다. 


신기한 건 그 막히는 구간만 넘기면 '정체' 상태가 '소통'으로 바뀐다는 거다. 사실 그 원인은 명확하다. 정체와 소통의 경계는 끼어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이 구간은 정말 끔찍하다. 여기 줄 서서 가는 택시는 한 번도 본 적 없다. 1톤 트럭은 90%로 끼어든다. 요즘은 전기트럭이 많아져서 훅훅 들어온다. 


영업용 차량뿐만 아니라 일반 차량도 끼어보려고 깜빡이를 켜고 서있다. 당연히 그 뒤로 차들은 정체된다. 만약 강동 쪽으로 올림픽대로 타다가 밀린다면, 열에 아홉은 분당·수서 IC 진입 구간에서 막혀 걸려 있는 거다.


잠깐 검색해 보니 여긴 끼어들기로 유명하다. 어쩌다 한 카페에 가니 이 구간에 대한 댓글이 볼만하다. 끼어들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저길 아예 통과하지 않고 넘어서 잠실로 향한다. 너도나도 잘났다고 끼어드는 꼴도 보기 싫고, 편법의 현장을 막히는 내내 바라봐야 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 더럽다는 표현이 맞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가 그렇다. 앞서 끼어든 차는 뒤로 끼어든 차들을 넣어준다. 그 뒤로는 끝도 없이 밀리고 밀린다. 




오늘은 일이 있어 강남에서 집으로 오게 됐다. 그래서 분당·수서 IC 입구를 통과해야 했는데, 운전은 동생이 했던 터라, 나는 조수석에서 관람 모드로 편법의 현장을 바라봤다.


동생은 여기로 온다. 잠실은 복잡하다는 이유다. 여하튼 관심은 '과연 몇 대가 끼어들 것인가'였다. 올림픽대로는 일직선이라 끼어들면 뒤에서 다 보인다.


그 결과는?? 분홍 유도선에 오르고 나서 5분 만에 10대를 넘어섰다. 20대가 넘자, 우린 숫자 세기를 포기했다. 족히 100대는 넘지 않았나 싶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니 많은 이들이 도로 시스템 탓을 한다. 가드봉을 더 세워야 한다든가, 대기 줄의 시작점이 확실히 있어야 된다든가 등등


정말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단하다. 끼어드는 차주가 계속 끼어든다. 그 쫌생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어디가 막히는지, 또 어디서부터 줄 서 있는지, 알면서도 끼어든다. 그래서 막히는 거다.


끼어들 수 있는 점선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체구간에 끼어드는 행위는 접촉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도로 정체를 유발하며, 다른 차량의 안전거리를 없애 연쇄 추돌 사고 위험을 만든다. 그래서 거기가 끼어들기 단속구간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경찰이 거기서 단속 좀 해달라.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 났다고 매일 뉴스인데, 분당·수서 IC 진입 구간에서 단속해서 보태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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