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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Sep 20. 2023

내가 브런치를 키우려는 이유

'도전'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기

'1일 1 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결심이다. 나 역시도 기자 시절 마감의 노예이던 시절, '1일 1 발제'라는 조직적 사명 아래 생존했다. 우라까이, 소위 다른 기사 따라 쓰는 죄책감은 생활인에게 그다지 크지 않다. 더 절묘하게 가져올 수 없어 아쉬울 뿐이었다.


그러다 보면 1일 1 글은 물론이거니와 뭐든지 쓸 수 있는 능력 아닌 능력 같은 게 생긴다. 그 글이 잘 읽히는지 글이 쓰이고 나서 생각해 볼 일이다. 다만 뭐든지 쓸 수 있다고 해서 영화에서처럼 깜빡거리는 커서만 남은 흰 백지에 쭈르륵 써 내려가는 건 아니다. 쓰는 중간중간 검색도 해보고, 전개가 이상하면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해야 한다.


#왜 브런치인가?


암튼 쓰는 것도 능력이라면, 이걸 가진 나는 브런치를 그 힘을 펼칠 공간으로 정했다. 굳이 브런치일 이유는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도 있고, 티스토리도 있고, 구글 블로그도 있고, 하다못해 인스타그램에서도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


이건 내 글쓰기 특징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인데, 나는 주제를 잡고 글을 쓰게 되면 길게 쓰는 경향이 있다. 짧게 써야지 생각해도 길어진다. 좋은 글은 짧은 글이라고 한다는데, 내 글은 좋은 글은 못된다.


브런치는 이걸 잘 받아준다. 깔끔한 인터페이스의 장점은 글이 길어도 뭉쳐 보이지 않게 해 준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조금만 긴 글을 올리면 뭉개지는 느낌이다. 나 역시도 긴 글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잘 읽지 않는다. 네이버는 글을 쓰면 이모티콘도 붙이고 이미지도 넣으라고 장려하는데, 반대 관점에서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도 없고 이모티콘도 없이 길게 적힌 글은 좀 더럽게 보인다.



#무엇을 얻고 싶냐?


그래서 이 브런치에서 '1일 1 글'을 넘어서서 '1 글 3 글' 아니 '1일 3 브런치'를 목표로 올리고 있다. 속된 말로 미친 듯이 적는다는 말이 맞겠다. 왜냐면,,, 나는,,, 유명해지고 싶다.


반문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읽을 수 있는 좋은 글을 써야 유명해지지. 이런저런 잡다한 글만 써서 뭐 하냐고. 안타깝지만 나는 좋은 글을 못(?) 쓴다. 시도는 해봤다. 주제가 명확하고 구조가 잡혀 있으며 유려한 문장과 서술어, 그리고 인사이트 전달까지 확실한 글을 써봤다. 정성과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탈고를 했다. 하지만 그게 읽혔을까?


아니. 읽히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읽히는 게 좋은 글의 필요조건은 아닐 게다. 하지만 쓰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나에게는 읽히지 않는 글은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작업이 힘들어도 보람이 있어야 또 할 수 있다. 나는 약한 사람이니, 불굴의 의지는 강력한 동기로 비롯된다. 그런데 힘들면? 동기는 약해진다.


그래서 반대로 그냥 적었다. 힘들이지 않았고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쓰다 막히면 다른 걸 썼다. 몰라도 멈추지 않았다. 정성을 들였다면, 막혔을 때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해서 이어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쓰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는 걸 적었고 모르는 걸 적지 않았다.


그랬더니 성과가 났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빨리 많이 쓰는 사람이고, 쓰다 보면 성과가 나는 사람이라고. 정성 들여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유명해지려면 그냥 쓰면 되겠다고.



#이기는 싸움을 하고 싶다


도전이기도 하다. 도전의 정의는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이다. 살며 나는 무수한 도전을 해왔다. 중고등학교 시절 각종 시험이 도전이었고 면접부터 사랑 고백에 이르기까지 모두 도전이었다. 작은 도전도 많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기, 매일 운동하기, 골프 90타 깨기 등등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도전이라는 깃발을 세우고 수행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도전에서 매번 지고 있었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도 아닌데, 남들 다 하는 건데 나는 성취하지 못했다. 답답했다. 도전을 완수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다시 도전의 정의로 돌아가자. 도전의 의미는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이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싸우지, 지려고 싸우지 않는다. 싸웠다면 이겨야 하고, 시작했다면 해내야 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건 내가 무기를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걸로 싸우지 않았다. 잘하는 걸로 싸워도 이길까 말까 인데, 내가 취약한 분야에서 도전했기 때문에 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약한 부분을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을 해야지, 도전을 해서는 안된다.


원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던 세월이 야속하다.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이제야 안다. 그 말은 승리가 확실한 싸움만을 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싸움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브런치는 내가 잘하는 글쓰기 능력으로 도전하는 경기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브런치 작가를 이겨먹고 최고의 조회수를 달성하겠다는 건 아니다. 플랫폼이란 경쟁이 아닌 공존으로 운영되는 거니까. 굳이 경쟁 상대를 정하자면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 싸우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왜냐면 내일의 나에게 이기려면 오늘의 내가 글을 써야 하니까.


나의 브런치 준비 노트


#목표는 2배


도전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인 후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때 누적 조회수는 85,015이었다. 목표는 그 2배인 170,030으로 설정했다.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지금은 113,710이다.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부족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도전이었다면, 매일이 위태로웠을 거다. 매일 비트를 찍자, 매일 3km를 달리자 같았다면 이미 어그러졌다. 매일 '내일 어떻게 하나?' 불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합리화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이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도전은 그렇지 않다. 이미 성공은 정해져 있고 그 성공에 따라올 결과가 기대된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아무것도 얻은 게 없지만 말이다. 부자들의 성공 법칙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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