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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러 Jan 29. 2024

사는 것은 불편하고 죽는 것은 편하다

프롤로그; 나의 우울증에 대한 첫 번째 글

자 이제 우울증에 대해 적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적어두자면 이건 극히 개인적인 글이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건 잘 견디고 있다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다짐이다. 걱정해줬다면 정말 고맙다.


사실 감정이라는 마음이 사라지면 세상사 이러나저러나 상관없게 된다. 사는 게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다는 것. 물이 그렇다.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이 흐른다. 견디고 있음은 내가 나를 위해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일 게다.


우울증은 결과론적이다. 우울증이라서 술을 마신다거나, 잠만 계속 잔다거나 한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게 아니다. 그 반대다. 나의 경우는 삶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2시간 자고 알바에 가야 했다. 독촉은 끝도 없었다. 피곤했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를 벌주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것은 불편하고 죽는 것은 편하다'


죽음은 참 쉬워 보였다. 편하고 싶었다. 과거나 미래를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몸의 힘듦은 괜찮았다.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이 주는 현재의 내 감정은 그 어떤 손아귀가 내 마음을 꽉 쥐어짜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또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써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을 보라고 다들 각자 자신의 지옥을 살고 있고, 또 잘 버티고 살고 있다고, 다들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보라고, 너도 잘 버틸 수 있고, 이미 버티고 있다고, 내가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약했다. 시간을 버틸 뿐이었다. 약도 먹고 싶었다. 하지만 약 살 돈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마음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을 주거나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사실 만날 수도 없었다.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또 그때의 내 마음은 상처 입었던 것 같다. 나는 누굴 만나고 살아온 걸까.


이렇게 알 수 없이 돌고 돌다 보면, 다시 또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답답해졌다. 그 답답함은 나를 다시 이 문장으로 돌아오게 했다. 사는 것은 불편하고 죽는 것은 편하다.


이 굴레는 매일 매순간 어딜 가도 반복됐다. 나는 매번 그 마음을 지워내기 위해 싸워야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야 할까.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 우울증에 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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