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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Feb 03. 2024

내 남은 삶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다

나의 우울증에 대한 두 번째 글

우울증은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그 모양새는 마치 깨진 보도블록 같았다. 바닥에서 튕겨진 적갈색의 돌덩이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걸 보는 누구도 만지려 하지 않는다. 피해갈 뿐. 어쩌다 발로 치여 구석으로 몰린다. 내 우울증은 그런 것이었다.


돌멩이에 대해 생각했다. 어느 날 송지효는 다음 생에 무엇이 되고 싶냐는 말에 "돌이 되고 싶어"라고 했다지. 처음 들었을 때, 참 힘들었겠구나 싶었는데.


우울증을 내 앞에 두고 가만히 바라본다. 참 작다. 옹골지게 뭉쳐 있는, 이 슬픈 감정의 덩어리는 도무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만져본다. 눈물이 났다. 없앨 수 있을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의 나는 행복했을까? 행복이 무엇일까? 나는 언제 행복했을까?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그래. 어쩌면.


미래를 기대하고 살았다.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하기 위해, 무엇을 가지기 위해 살았다. 그래서 공부했고 배웠고 참았다. 그랬는데 나는 무엇이 됐고 무엇을 했고 무엇을 가졌을까. 


그건 독이었다.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좌절이 1g씩 쌓이고 깨지고 다시 뭉쳤다가 굴렀고 박혀 돌이 됐다. 그러다 이번에 마음에서 튕겨져 나왔다. 


마음을 포기할 수 있게 됐다. 내 남은 삶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항상 불안하고 두려움 속에서 살겠지. 행복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 기쁘지만 기쁘지 않았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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