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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Feb 08. 2024

사는 게 참 재미가 없다

나의 우울증에 대한 세 번째 글

언제부터였을까. 사는 게 참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다른 이들에게도 물어봤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왜 사느냐고 물어봤다. 정말 궁금했다. 그래도 이미 끝은 정해져 있었겠지. 혼자서 말하기 시작했다. 참 사는 거 재미 없다고.


그래서 노력했다. 재미 있고 싶었다. 의욕을 찾고 싶었다. 힘을 내고 싶었다. 돈을 벌면 달라질까.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 달라질까. 내가 존재하는 시간을 나를 위해 쓰게 된다면 달라질까. 그러면 좀 사는 게 재미가 있을까 싶었다.


내 일을 시작했다. 내 이름을 걸고 회사를 차렸다. 나 스스로에게 책임을 줬다. 많은 걸 배웠다. 영업사원이 되어 나를 팔았다. 전화는 되지 않았고 메일에는 회신이 없었고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장이라고 여겼다.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니체는 말했다. '우리를 죽이지 못한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줄리언 반스는 말했다. '우리를 죽이지는 못해도 영영 허약하게 만드는 것은 무수히 많다.' 나는 줄리언의 편이다.


책임은 돈으로 돌아왔다. 도전이라는 나의 일을 하는 동안 돈을 벌지 못했다. 나는 나를 갈아 넣었고 돈을 썼다. 카드대출로도 막았다. 막아야만 내일이 왔다. 내일이 있어야 일할 수 있었고 일해야 목표에 다가갈 수 있었다. 노력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그러던 어느 날, 새벽 4시 30분, 야간 물류 알바 마감조를 마치고 N73 버스를 기다리던 11월의 어느 날 새벽, 벤치에 앉아 울었다. 그만해야겠다. 나는 더 버틸 수 없었다.


불행은 나를 봐주지 않았다. 불행과 다행의 크지 같지 않다. 작은 불행, 큰 불행, 더 큰 불행이 있었다. 그때쯤 더 더 큰 불행까지 가지 않도록 해주는 다행이 찾아왔다. 그렇다고 큰 불행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더 더 더 큰 불행이 오지 않을까 걱정해야했다.


다 내가 자초한 불행이었다. 내가 살면서 내가 결정한 선택으로 인해 내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그래. 그건 노력과는 다른 것이지. 과거의 나를 원망했다. 


과거의 내가 만들었지만, 현재의 내가 알지 못하는, 미래의 내가 견뎌야 할 것들이. 항상 두려웠다. 웃지도 못했다. 방심하면 불행이 나를 괘씸하게 여겨 찾아올까 무서웠다.


그때쯤 마음 속에 벽이 생겼다. 내 안의 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했다. 벽을 쌓고 그 안으로 숨었다. 다시 하면 되는 거라고, 나는 강하다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한번 이겨보자고, 그렇게 수도 없이 자기 주문을 외며 잠들었던 그날,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 벽에 갇혔던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그날 이후로, 주문은 기도로 바뀌었다. 빌었다. 나 좀 도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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