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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러 Feb 12. 2024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

나의 우울증에 대한 네 번째 글


어느 날은 정말 펑펑 울었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어떤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까 떠올렸다. 그렇게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나는 내 깨진 마음의 돌멩이를, 회색빛의 죽어버린 그 돌덩이를 만졌다.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도움 받고 싶었다. 대화하고 싶었다. 누구라도 같이 있어주면 좋겠다 바랐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는 다 어긋났다. 하나 같이 뒤로 밀렸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들도 각자의 삶이 있을 테니까. 어그러지자 포기했다.


원망했다. 그저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허울에 가득한 과거의 나로 만들어진 인연은 결국 소용없구나. 과거의 나는 참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다. 이럴 거였다면 더 이기적으로 살았어야 했는데.


나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 품을 이유가 없었다. 품어봐야 좋을 게 없다면 버려지는 게 당연하지. 결국 타인의 인생에서, 난 손절당했다고 여기게 됐다. 역지사지는 가혹하다.


그래. 그랬다면 아무리 내가 만나달라 해도 만날 수 없는 것이다. 될 사람은 되는 것처럼 안 될 사람은 안 된다. 나는 될 수 없는 쪽이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하고 불행했고 나는 나를 좀 봐달라고 할 수 없었다. 아니지.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그들에게 필요가 없는 사람이구나. 이미 죽은 사람일 수 있겠구나.


그렇게 더 이상 과거의 인연에게 마음을 두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개인적인 인연에 대해 노력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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