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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Jul 21. 2024

외롭다와 괴롭다

지난주에 아는 사람과 커피를 마시다가 자취에 대해 얘기했다. 현재 둘 다 집에서 나와 살고 있고, 그게 자신의 삶과 잘 맞는 것 같다는 그런 대화였다.


나는 오래전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부모님과 따로 살았다. 이후 대학에 들어와 1-2명씩 두어 번 함께 산 적이 있었지만 거의 혼자였다. 거의 20년이 다 되었다.


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다가 이제 1년 정도 됐다고 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를 아느냐 묻자, 알고 있다고 했다.


시작과 기간은 달랐지만, 서로 자취, 그러니까 혼자 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에 대한 장점에 대해 동의했다. 나야 어린 나이에 얼떨결에 집에서 나왔지만, 그 사람은 계기 없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자취를 시작했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자취가 좋은 이유를 묻자, 외롭긴 해도 괴롭지 않아 좋다고 했다. 서로 그렇게 친하지 않으니, 완곡한 표현이라는 걸 알면서도 궁금했다. 조금 더 물었다.


자신의 성격 때문인 것도 있었다. 자신은 사람 사이에서의 끼어 있을 때, 번잡함이 힘들다고 했다. 예를 들자면,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것 정도일까? 하루의 배경음악을 침해당한다는 느낌도 있겠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자기 주위에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자신 역시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거부하지 않는다고 싫어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거부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마음 쓸 일 자체가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선별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외롭지는 않냐고 물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는 건, 그 적막의 순간을 겪었다는 거다. 대개 그 순간은 외로움에 처했을 때 찾아온다.


그러자 외로운 게, 괴로운 것보다 낫다고 했다. 괴로움은 사람 사이에 있을 때 느끼곤 했는데, 차라리 사람이 없는 외로움이, 자신은 더 낫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얼마 전에 술자리에 있었는데,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혼났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비 오는 걸 보면서 맥주나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대화는 계속 됐고 나는 동참해야 했다. 즐겁지 않았다. 사실 부러웠다고 말해야겠다. 그 대화는 외롭지 않고 괴롭지 않고도 살고 있는 어떤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일수도 있겠다.저 미국 유명한 판결은 결혼에 대해 '혼인관계를 이루면서 두 사람은 이전의 혼자였던 그들보다 위대해진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위대해진다는 건은 자기 존재의 증명을 해낸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 증명을 지원하는 관계가 결혼이라 해석한다면 말이다.


이번주도 끝났고 일요일 오후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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