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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with me-d4vd

시간이 흘러도 남편이라는 전우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by 복돌이 Feb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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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만난 남편은 나의 전우가 되어 주었다. 난 내가 선임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우리 남편이 선임이었다.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이렇게 힘이 나는 사람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충성!


1. 남편, 우리 남편

    평소에 맥주 한 캔의 주량을 가지고 있던 남편이 회식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돌아왔다. 남편의 히죽거리는 얼굴과 힘이 빠진 몸에서 진한 숯불과 알코올이 섞인 냄새가 났다.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편 모습은 어딘가 만신창이가 된 복서 같아서 슬퍼 보였다.

    나는 바가지를 긁는 대신 집 앞 편의점에서 숙취 해소제를 사다 주었다. 편의점에서 가끔 남편이

사 먹는 숙취 해소제가 한 병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오늘은 '불금' 인 것을 실감했다. 작년에 내가 회식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술을 거하게 마셨었고 남편이 그때 뒷수습을 하러 와주었다. 이렇듯 결혼은 못난 

사람들끼리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이해해 주는 과정이었다. 이걸 깨닫기 전까지 4년이란 시간이 흘러야 했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싸워서 상처를 주었는지 모른다.


2. 나를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결혼

    우리는 데이팅 앱으로 연결되어 만난 사람들이었다. 남편과 같이 밥을 먹고 몇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뭔가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귀여운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꾸 궁금증이 생겼고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나는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모태솔로였지만 남편과의 연애는 덜 어렵게 느껴졌었다. 첫 데이트에서 같이 한강을 따라 걷는데 말도 안 되게 편한 이 사람이랑 왠지 계속 있고 싶었다. 남편은 따뜻한 내가 마음에 들었고 점점 더 나를 신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우리는 7개월 만에 결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순진했다. 남편의 어떤 부분까지 캐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회사에 입사할 때처럼 철저히 스펙을 따져보고 결혼하기에는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내가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남편을 저울질할 자격이 있을 만큼 소위 '괜찮은 사람'은 아니었다. 인서울 10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고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지도 않았다. 부모님이 회사 임원진도 아니었고 물려받은 재산이 넘치는 사람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런 사람과 내가 결혼했다면 어쩌면 안의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를 많이 폄하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이 사랑이 넘치는 사람인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자주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만 자신이 솔직하게 내 마음에 들고 싶어서 자기 마음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점이 너무 좋았다. 나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고 싶어 했고 손을 계속 잡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나를 봐주었다. 나는 이렇게 편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덥석 결혼을 해버렸다.

    하지만 결혼은 사랑과 책임이 동시에 요구되는 약속이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밤중에 남편을 깨워서 모든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펑펑 울었다. 남편은 자신보다 늦게 출근하는 나에게서 아침을 얻어먹지 못했다. 나는 남편에게 코털부터 뱃살까지 사사건건 간섭을 했다. 남편은 시어머님께서 주신 김치를 실수로 주방 바닥에 엎어서 새빨간 김칫

국물을 왕창 쏟고 말았다. 이와 같은 에피소드가 쌓이고 쌓여서 추억이 되었고 우리 사이는 더 깊어져 갔다.


3. 지금도 사랑하십니까?

        우리는 지금도 서로를 사랑한다. 그래서 서로를 신뢰하고 있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덜 불안하다. 가끔 '내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랬으면 지금의 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남의 떡이 좋아 보여도 지금 내가 가진 것, 혹은 내 옆에 있는 것이 제일 나에게 필요하고 감사히 여겨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남편은 내게 가장 주어진 가장 좋은 것이자 삶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들 중 하나라고 믿는다. 평생을 함께 할 전우에게 

오늘도 감사하는 하루이다. 

       

Watch the sunrise as we're getting old, oh-oh  우리가 나이를 먹듯 떠오르는 해를 봐 
I can't describe, whoa-oh 나는 이 순간을 설명할 수 없어 
I wish I could live through every memory again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추억 속에 다시 살아보고 싶어 
Just one more time before we float off in the wind 우리가 바람 결에 사라지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And all the time we spent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으로

Waiting for the light to take us in 빛이 데려가주길 기다리고 있어 
Have been the greatest moments of my life 그 시간들은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들이었지 

I don't care how long it takes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관없어 
As long as I'm with you, I've got a smile on my face 네가 나와 함께 하는 한 난 웃음 짖고 있을거야 
Save your tears, it'll be okay 눈물을 아껴 둬,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Yeah, if with me 그래, 당신이 나와 함께라면 
Oh, oh, oh, oh-oh-oh-oh-oh 오, 오, 오-오-오-오-오
I can't describe, oh, oh 난 그 순간들을 설명조차도 할 수 없어



*https://www.youtube.com/watch?v=Kdl3erX8kA4-출처:The Circle Sessions

사랑하는 사람과 바닷가를 걸을 때 이 노래를 꼭 들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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