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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공기를 바꾸는 일

우리는 무력하지 않다

by 한자루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상쾌한 공기가 아니라 뿌연 먼지가 밀려들어 오는 날이 있다.
하늘이 희뿌옇고, 숨을 들이마시면 목이 칼칼하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꺼내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게 된다.

“오늘도 나쁨.”

한숨이 절로 나온다.
KF94 마스크를 챙기고, 공기청정기를 켜고, 창문을 닫아본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할까?

이제는 숨 쉬는 일조차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참고 살아가고 있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공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굴뚝, 화석연료 사용량 같은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개인이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쉽게 말한다.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결국 정부와 기업이 바뀌어야지,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완전히 무력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변화는 항상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움직임들이 쌓여, 어느 순간 커다란 흐름이 되곤 한다.

기업을 바꾸는 건 소비자의 선택이다. 우리는 매일 어떤 제품을 살지 선택한다.
그리고 기업은 우리의 선택을 따라간다.

전기차 시장이 커진 것도, 친환경 제품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이런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미세먼지를 덜 만들어내는 방식의 제품을 고르고, 환경을 고려하는 브랜드를 지지한다면, 기업들은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일상이 모이면,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가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쓴다고 미세먼지가 줄어들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어떨까?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30개의 일회용 컵을 줄이면, 천만 명이 함께 하면 3억 개가 줄어든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길 위의 매연도 조금씩 줄어든다.

내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곧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공기를 바꾸는 첫걸음일 수 있다.


정부는 시민의 관심을 따라 움직인다. 공기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은 역시 정책이다.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확대하는 것.
그런데 이런 변화는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정부는 시민의 관심이 높은 문제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우리가 요구해야, 바뀐다.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기업에 더 엄격한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 버린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누군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신다.

이 문제는 정부와 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또한 개인 혼자서 감당해야 할 문제도 아니다.
공기는, 우리 모두의 것이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내 일이 아닐까?”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뿐이며 우리는 결코 무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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