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처음부터 멀어지기 위해 다가오는 것일까
사랑은 처음부터 멀어지기 위해 다가오는 것일까. 그 사람이 내게 다가왔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때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찬란했다. 그 사람의 눈빛이 마치 나를 비추는 작은 별처럼 내 안에 스며들었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했고, 그 사랑이 언젠가 이별의 종착지에 닿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영원이라는 말이 사랑 속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처음 그 사람을 사랑했을 때의 내 모습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일 것이다.
나는 사랑 속에서 나를 찾았고, 그 사람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았다.
사랑은 마치 오래된 창문을 열어젖힌 듯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내 마음은 푸른 하늘처럼 탁 트여 있었고, 그 속에서 나와 그 사람은 자유롭게 춤추듯 날아올랐다.
사랑의 첫 순간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어느 날,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은 언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을까?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던 순간에도, 이미 우리 사이에는 작은 틈이 생겨 있었을까?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 틈이 커진 걸까?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뜨겁고 설레던 감정이, 차츰 차분하고 익숙해지더니, 어느새 희미해져 가는 자신을 느끼는 순간이 왔다.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멀어진다.
아주 천천히, 마치 가을날 나뭇잎이 떨어지듯.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간을 보고 있으면, 그 낙엽이 언제 가지에서 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그리움 속에서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사랑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지만, 이제는 그리움으로 변해버렸다.
그리움이란,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에 남는 고요한 바람 같다.
그것은 소리 없이 나를 찾아오고, 아무 말 없이 내 마음을 스쳐간다.
나는 그리움이 내게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마치 바람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그리움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다. 아침 햇살이 부서지듯 창문을 통해 들어올 때, 나는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그리움은 그 사람이 남긴 흔적이자, 나 자신이 남긴 빈 공간이다.
멀어지는 사랑은 왜 이렇게 아린 것일까. 그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아프다. 사랑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나와 그 사람 사이의 끊임없는 교류였다.
그 사람이 나에게 미소 지을 때, 그 순간 우리는 연결되었고, 함께였던 그 시간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 연결이 끊어졌다. 그 사람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제는 그리움만이 나를 찾아와, 그 연결의 흔적을 더듬는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들 말한다. 사랑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사람과의 시간 속에서 나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우리는 때로는 너무 가까웠고, 때로는 너무 멀었다. 사랑의 열기는 식었고, 우리는 점점 익숙함 속에서 서로에게 말을 줄이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느꼈지만, 결국에는 그 감정의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사랑은 멀어져갔다.
그리움은 그 사랑의 잔향이다.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한 순간들을 이제 혼자 떠올린다.
그리움은 내가 그 사람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준다.
아침을 함께 맞이한 순간, 커피 향이 퍼지던 작은 카페,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오던 차 안의 공기. 그때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내 마음 속에서 잔잔히 울린다. 그 사람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그 자리에 있지만, 그리움은 더 이상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연결해주지 않는다.
그리움은 오로지 나를 위한 감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리움 속에서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은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그 사랑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고, 그 사랑을 통해 성장했다.
첫사랑의 그리움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사람과의 시간이 비록 끝났을지라도, 그 사랑이 남긴 흔적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쉰다. 그리고 그리움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그 감정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멀어지는 사랑은 여전히 나의 일부다.
사랑은 끝났지만, 그리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움은 언제나 그 사랑이 있었음을 상기시켜주고, 나 자신을 그 사랑의 여운 속에 남겨둔다. 그리움은 나의 일부분이 되었고, 나는 그리움을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은 우리를 떠나가지만, 그리움은 우리와 함께 남아,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제 나는 그 사랑을 떠나보냈다. 하지만 그리움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리고 사랑은 멀어졌지만, 그리움은 깊어졌다. 사랑이 떠나간 그 자리를 그리움이 채우고, 그리움은 나의 마음을 채운다.
우리는 사랑을 잃었지만, 그 사랑 속에서 자란 나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움은 그 사랑을 기억하게 하는 힘이 되어, 나를 다시금 일으켜 세운다.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그리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멀어져가는 사랑 속에서 더 깊어지고, 더 진하게 우리 안에 남아있다는 것을.
사랑이 남긴 흔적이 바로 그리움이며, 그리움 속에서 나는 다시 사랑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