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추억과 시간의 무상함
연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지난날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트리 아래 선물을 열던 설렘, 가족들과 나누던 웃음소리, 따뜻한 저녁 식탁의 풍경까지.
그때는 모든 것이 반짝였고,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순간들이 점점 흐릿해지고, 마치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날의 대화, 그들의 웃음소리는 아득하고, 그 순간의 감정은 더 이상 손에 닿지 않는다.
우리는 왜 잊혀진다는 것에 이토록 아쉬움을 느끼는 걸까?
그리고 이 계절이 되면, 왜 잊혀진 것들을 붙잡으려 하는 걸까?
잊혀짐은 한때 선명했던 것들이 서서히 우리를 떠나는 과정이다.
트리의 불빛처럼 찬란했던 순간들이 빛이 바래고, 그 자리에 희미한 그림자만 남는다.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려보자.
포근한 양말 속에 든 사탕, 캐롤의 멜로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온기.
그 순간들은 우리가 지닌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풍경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잊혀진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을 잃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과의 연결이 느슨해지는 것이고,
때로는 그 연결이 끊어지는 듯한 고독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잊혀짐은 꼭 슬프기만 한 일일까?
우리는 모든 기억을 붙잡고 살 수 없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그 잊혀짐 속에서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추억을 위한 자리다.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트리의 불빛은 이제 내 아이의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서 다시 빛나고 있다.
잊혀진다고 해서 그 순간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추억의 계절은, 잊혀진 것들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한다.
오늘도 누군가는 오래된 상자를 열고, 그 속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낼 것이다.
그 장식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추억이 담겨 있다.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깨닫는다.
잊혀진 순간들은, 사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 어딘가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지금의 이 계절은 언젠가 다시 떠올릴 기억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잊혀짐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흐릿해진 기억들은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이 계절은,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만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빛을 더하는 시간이다.
오늘 우리가 쌓는 기억이 내일의 추억이 되고, 그 추억들이 잊혀진 자리 위에 다시 꽃을 피울 것이다.
"과연 잊혀진 순간들은 정말로 사라진 걸까?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우리를 지탱하고 있을까?"
빛의 계절은 끝이 아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한다.
오늘 이 순간이, 언젠가 다시 떠올릴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