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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침이 오기 전

어둠 속에서 만나는 나

by 한자루




아침이 오기 전의 시간은 마치 하루가 숨을 고르는 순간 같습니다.

세상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 역시 멈춰 서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단순한 평온의 순간이 아닙니다.

아침이 오기 전의 어둠은 우리가 자신과 벌이는 가장 치열한 투쟁의 무대가 되곤 하죠.

그 투쟁의 결과에 따라 우리는 아침을 어떻게 맞이할지가 결정됩니다.


아침이 오기 전의 시간에는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분주해집니다.

지나간 실패, 놓쳐버린 기회, 앞날의 불확실함이 밀려옵니다.

밤의 어둠은 마치 우리 안의 가장 은밀한 두려움과 의심을 불러내는 무대 조명처럼 작용합니다.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내일의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 고요한 순간, 내면의 질문들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 어둠 속에서 우리는 회피할 곳이 없습니다. 결국,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죠.

어둠은 이런 면에서 정직합니다.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니까요.

아침이 오기 전의 시간은 우리가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진실의 순간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치열한 내면의 투쟁은 우리에게 상상할 여지를 줍니다.

어둠 속에서는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낮 동안엔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막아섰던 것들이, 이 시간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아침이 오기 전, 당신은 무엇을 꿈꾸고 있나요?
그 꿈은 허황된 망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피어난 작은 불씨 같은 것입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운 만큼, 그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이 가능성은 어둠 속에서만 선명히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시간이 늘 희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아침은 현실로의 귀환입니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 맞서야 할 문제들, 그

리고 또 반복될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때때로 우리를 짓누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이유로 아침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은 가혹하고, 하루는 고되며, 우리는 늘 무언가 부족한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이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아침을 기다립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침은 우리가 멈추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이 오기 전의 시간은 단순히 하루의 끝자락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와 가장 진솔하게 마주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자신을 묻고, 용기를 회복하며, 내일로 향하는 첫 발걸음을 준비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요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갈망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어둠은 우리를 시험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성장하게 만듭니다.


빛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은 어둠을 견디게 하지만, 그 빛을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준비할지는 우리의 몫입니다.

어둠은 단지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넘어야 할 순간이자, 가장 깊이 스스로와 대면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침이 오면 우리는 또다시 바쁘게 움직이고, 하루라는 무대 위에서 역할을 소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준비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진실해진 자신으로 그 무대에 설 수 있지 않을까요?

어둠 속에 머무는 시간은 두려움을 넘어서 우리를 빚어내는 시간이 됩니다.

우리가 아침을 기다리는 동안, 아침 또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침이 오기 전,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걸까요?

그 이야기가 오늘의 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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