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보다 방향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속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벌었느냐가 더 주목받는다.
20대에 자산 10억, 30대에 경제적 자유, 40대 조기 은퇴.
이런 문장들은 한 사람의 삶을 마치 숫자와 시간의 조합처럼 축약해 버린다.
속도가 빠를수록 더 똑똑해 보이고, 더 가치 있어 보이며, 더 성공한 인생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부는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로 결정되는 걸까?
부란 속도의 문제일까, 아니면 방향의 문제일까?
생각해 보면 돈은 빠르게 벌 수 있지만, 삶은 빠르게 살 수 없다.
재산은 단기간에 늘릴 수 있지만, 그 재산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정한다.
빨리 돈을 벌기 위해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잊는다.
처음엔 자유를 얻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어느샌가 자유는 더 멀어지고 그 자리를 불안이 대신한다.
속도 역시 중독적이다.
가속도가 붙으면 속도를 줄이는 게 어렵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먼저. 그 욕망의 가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시작한 여정이 결국 나를 갉아먹는 레이스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방향은 조용하다.
속도처럼 눈에 띄지 않고, 누군가의 칭찬을 부르지도 않지만,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작은 확신을 주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방향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조급하지 않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출발했어도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천천히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빠르게 가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간다는 보장은 없다.
부는 어디까지 왔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의 문제일지 모른다.
우리는 가끔 너무 빠르게 달리느라, 정작 그 속도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묻는 걸 잊는다.
숫자가 오르고, 사람들이 칭찬하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수록 나는 진짜 원하는 삶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속도는 때때로 내가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착각을 준다.
하지만 방향만이 내가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 사람인지 알려준다.
방향을 잃은 속도는 그저 진동일뿐이다.
부를 향해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가 아니라, 그 걸음 끝에서 어떤 삶을 만나고 싶은가.
그걸 잊지 않는 것이 결국, 부를 자기 방식으로 살아내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