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하나님 앞에 앉아 있는 일에 대하여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 함이라.
요한복음 15:11
그리스도인들도 종종 하나님의 기쁨이 느껴지지 않고, 신앙생활이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기도 자리에 앉아보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고, 말씀을 펴도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도 있죠.
그럴 땐 "하나님, 하나님은 나의 기쁨이라고 하는데 전 왜 기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 말 앞에서, 오히려 안도가 되는 이유는 '아, 나는 여전히 하나님을 찾고 있구나.'하는 사실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런 질문의 순간은 우리가 신앙이라는 조용한 숲길을 걷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기쁨은 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신앙 생활에서 반드시 느껴져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너무 오래 ‘기쁨이 있는 것이 좋은 신앙, 기쁨이 없는 것은 잘못된 신앙’이라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성경의 인물들을 보세요.
그들도 기쁨을 ‘잃어버리는 순간’을 건너며,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된 사람들입니다.
다윗은 “내 영혼아 어찌하여 낙심하느냐”라며 스스로를 달랬고, 욥은 잃어버림 속에서도 “주신 이도 여호와, 가져가신 이도 여호와”라 고백했고, 예수님도 겟세마네에서 슬픔과 괴로움으로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 누구도 기쁨을 잃지 않는 신앙의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쁨이 사라졌을 때조차도 하나님을 향해 몸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정말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기쁨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갈망입니다.
기쁨은, 때로 멀어지기도 하고, 때로 흔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왜 나는 기쁘지 않을까요?”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하나님을 향해 열려 있는 사람입니다.
기쁨을 잃었다는 고백은 내 안에 여전히 하나님을 향한 기쁨을 그리워하는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신앙 생활은 늘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산책이 아닙니다.
때로는 바람이 불고, 때로는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조용히 스스로를 향해 말합니다.
“이건 내가 잘못된 걸까?”
“하나님이 나를 떠나신 걸까?”
그러나 기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하나님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기쁨을 잃어버린 그 허전함 안에 하나님을 다시 찾고자 하는 영혼의 탄식이 숨 쉬고 있다면, 그건 믿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몸짓입니다.
말이 없을 때도, 그냥 조용히 머무는 그 시간이 가장 깊은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말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오히려 하나님의 숨결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기쁨을 목적처럼 쫓을 때 그 기쁨은 자꾸 멀어집니다
이 시대는 감정의 시대입니다. 모든 것은 ‘느껴야’ 실재하는 것처럼 말합니다.
“기쁘다.”는 말은 곧 “기분이 좋다.”는 말로 점점 좁아지고 납작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이 기쁨이라 말해도 그 기쁨이 감정으로 찾아오지 않으면 신앙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의 기쁨은 감정이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입니다.
성 어거스틴은 “하나님, 당신 안에서만 내 영혼은 안식을 얻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그분을 만났기에 기쁜 것이 아니라, 그분 안에 있다는 사실이 이미 기쁨이라는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느껴질 때’만 계신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하나님이 멀어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부르심일 수 있습니다.
기쁨이 사라진 그 자리, 기도가 메마른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오히려 우리를 조용히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너의 기쁨 그 자체란다.”
하나님은 ‘잘하는 사람’보다 ‘머무는 사람’을 기다리십니다.
기도도, 말씀도,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때로는 그저 ‘하나님, 저 왔어요.’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신앙은 어떤 위대한 고백보다 작은 머무름의 반복을 통해 천천히 우리 안에 길을 냅니다.
오늘 말씀을 다 읽지 못해도, 기도하다가 졸아도, 그 시간 자체가 하나님과의 관계의 숨결이 됩니다.
하나님의 기쁨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 기쁨은 반드시 다시 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이전과는 결이 다른 기쁨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지금의 이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할지 모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하나님은 그 침묵 속에서도 나를 깊이 안고 계셨구나.”
“그때 느끼지 못했던 기쁨은, 지금 나의 평안이 되었구나.”
그것은 더 성숙하고, 더 부드럽고, 더 오래 머무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기쁨이 느껴지지 않는 시간은 신앙이 죽는 시간이 아니라, 신앙이 더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느껴지지 않아도, 그분은 우리 곁에 계십니다.
말이 없어도,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십니다.
기쁨이 없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에도, 당신은 하나님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