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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여행자는 휘파람을 불며 간다.

by 한자루


#베트남에서 #호이안 #오래된 도시 #불놀이
#1.

호이안에 새벽이 밝는다.
어제의 화려한 등불 잔치는
마치
행방불명된 요괴 도시처럼
아침과 함께 사라졌다.

호이안의 새벽은
수채화처럼 맑고
유화처럼 기름지다.

그렇게 처음 맞이하는 아침은
마지막 아침이 된다.

넘실대는 강물 위로
혼자 우는 태양이
새벽 하늘에
뜨거운 불을 지른다.

여명은 까닭 모를 붉은 눈물을 데우고
오늘도 나는 당신의 붉은 입술,
붉은 눈동자를 부여잡고
바람 같은 휘파람을 불며 간다.
휘파람처럼 그대에게 간다.

휘파람은 나의 불놀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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