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평생 중고차만 구입했다. 집안 형편이 어렵기도 했지만 부모님이 차에 대한 욕심이 없으셨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아빠는 60세가 훌쩍 넘으셨고 몇 년 전 생애 최초로 새 차를 구입하셨다. 그 차는 바로 이 글의 주인공 붕붕이. 아빠의 새 차는 이제 중고차가 되었고 아빠의 차를 넘겨받은 나는 붕붕이를 정성껏 관리한다. 아빠가 차에 타시며 ‘차 안이 깨끗하네.’ 말하실 때마다 기분이 좋다. 지금까지 중고차만 타봤던 내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사회 초년생이나 초보 운전자라면 중고차를 타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일부 나쁜 중고차 판매상만 잘 구별한다면 중고차를 사는 건 가격 대비 성능으로 봤을 때 매우 경제적인 선택이다. 국산 신차는 3년이 지나면 보통 최초 구매가 대비 60%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수입 신차는 일단 땅에 한 바퀴 구르기만 하면 국산차보다 값이 더 내려간다. 새 차는 차 키를 받는 순간 마이너스 자산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 년 타지 않은 자동차는 성능 면에서 거의 변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확 떨어진다. 중고차를 사면 심적인 부담도 줄어든다. 만약 새 차를 산다면 최소 일 년간은 어디에 부딪혀 흠집이 나지 않을지, 주행 중에 돌 조각이 튀지는 않을지, 주차장에서 문 콕을 당하지 않을지 온갖 걱정에 사로잡힐 것이다. 중고차는 그런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다. 이미 여기저기 미세한 흠집이 세팅되어 있을 텐데 무슨 근심이 있으랴.
그렇다면 어떤 중고차를 골라야 할까? 전문가들은 3년 이내 혹은 주행거리 10만km이내의 짧은 모델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직 신차 느낌도 살아있고 무상 A/S 기간이 남아 있기에 인수 후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고차 검색은 인터넷으로 쉽게 할 수 있는데 컨디션 좋은 매물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매우 낮게 측정되어 있는 중고차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 건 허위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중고차는 없다. 중고차 가격이 동급의 다른 차들에 비해 비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에 높게 책정된 것이다.
중고차 매매를 전문으로 파는 허가받은 업체를 찾은 후 날이 맑은 낮에 방문하여 매물을 살펴보자. 매장에 방문하기 전 사려고 생각하는 차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 구경이나 해볼 까 하는 마음으로 방문하면 엉뚱한 차를 충동 구매할 수 있다. 왜? 예상했던 것보다 저렴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중고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형차를 생각했으나 구경하다 보면 이왕 탈 거 하면서 눈만 높아져 원래 계획한 예산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벤츠 전시장에 구경을 갔다가 계약서를 작성했던 철수를 떠올려 보자).
마음에 드는 중고차가 있다면 먼저 그 차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보험사고이력정보를 조회해 본다. 보험사고이력정보로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소유자 변경, 보험사고, 렌터카 사용이력, 침수 등 기본적인 필터링은 가능하다. 또한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개인 간 거래보다는 중고차 업체를 통한 사업자 거래가 낫다. 중고차를 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사고차를 가려내는 거다. 범퍼나 문짝을 교체한 정도의 가벼운 사고는 차의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대형 사고가 난 차를 구입하는 건 피해야 한다. 성능점검기록부는 내가 사려는 차가 사고차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서류이다. 사고차가 아니라고 해서 구입하였는데 나중에 사고차인 걸 알게 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중고차를 구매할 때는 꼭 이 서류를 살펴보고 챙겨야 한다.
우선 외관부터 살핀다. 지붕에서 자동차 하단 부분까지 천천히 확인한다. 흠집의 개수도 세어보고, 엔진룸을 열어 누유가 있는지도 보고, 트렁크를 열어 용접 흔적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외관을 살펴보았다면 이제 내부를 점검할 차례다. 에어컨이나 히터가 잘 작동하는지, 창문을 열고 닫을 때 소음이 들리지 않는지, 계기판 조명은 정상인지, 방향지시등부터 전조등까지 모든 장치를 켜보고 확인해야 한다. 이제 시승 운전을 해보자. 중고차를 시승할 때는 만일의 경우를 위해 단기보험을 꼭 가입하자. 엑셀을 밟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미끄러지는 느낌이 없는지, 핸들은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지 몸으로 직접 느끼며 확인한다.
모든 절차를 마쳤다면 남은 건 딜러와의 계약서 작성이다. 자동차의 등록원부를 조회하여 자동차세나 과태료를 체납하지 않았는지, 저당 잡힌 차는 아닌지를 확인한다. 매매업자의 사업자등록번호와 상호가 계약서에 바르게 적혀 있는지 확인 후 관인매매계약서로 계약한다. 관인매매계약이란 서류상의 권리 이전을 증명하기 위해 관인을 찍는다는 의미로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계약을 마쳤다면 즉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해야 명의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의이전까지 마쳤다면 이제 내 차에 기본적인 정비를 해주어야 한다. 이전 차주가 관리를 아무리 잘했다 할지라도 엔진오일, 브레이크 오일, 트랜스미션 오일, 냉각수 오일 등 중요한 소모품은 모두 교환하는 게 좋다. 주인이 바뀌면 운전습관도 달라지기에 멀쩡했던 차도 고장이 생길 수 있다. 차를 구입한 시점에 새로 교체하여 관리해 준다면 운전자도 안심이 되고 차에게도 이롭다.
좋은 중고차를 고르고 점검하는 일이 다소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큰돈을 절약하는 건 물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중고차 가격이 너무 올라 국산차라면 차라리 새차를 사는 게 나을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