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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ug 18. 2023

09. 꿀꽈배기


나와 남편은 신혼 생활을 서울 무악재역 근처에 위치한 작은 빌라에서 시작했다. 집 바로 뒤쪽에 인왕산이 있었다. 인왕산을 넘어가면 수성동 계곡이 있는 옥인동 골목이 나왔다. 주말이면 걸어서 옥인동과 통인동까지 산책을 갔다. 



인왕산을 타고 넘어간 건 딱 한번 뿐, 그 뒤로는 독립문역까지 내려와 사직터널을 지나서 갔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 있는 체부동 잔치집에서 들깨칼국수와 메밀전병을 종종 먹었다. 빚짜에서 수제맥주와 감자튀김을 먹기도 했다. 배가 고프지 않을 땐 통인시장에서 기름 떡볶이와 식혜를 먹었다. 가보지 않은 골목길을 찾아 헤매었고, 수많은 카페와 식당이 바뀌는 걸 지켜보았다. 아직 익선동 골목은 개발되기 전이었다. 



 청계천도 자주 산책하던 장소 중 하나였다. 광화문까지 버스를 탄 후, 스프링(Spring)이라 불리는 알록달록한 소라탑 조형물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영풍문고에 들려 신간 책을 살펴보고 다시 나와 걸었다. 걷다보면 청계천에 물고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곧 광장시장이었다. 시장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김밥도 먹고, 호떡도 먹고, 빈대떡도 먹었다. 


옷에 냄새 베이는 게 싫어 이번에는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해봤자 소용없었다. 시장 전체가 지글지글 빈대떡 부치는 냄새로 가득했고, 의지는 나약하기 짝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종각역에 있는 옥토버 훼스트에서 맥주 한잔을 마셨다. 순전히 기본안주로 나오는 따끈따끈한 그리니시를 먹으려 들릴 때도 있었다. 기다란 막대 빵을 새콤달콤 요거트 맛이 나는 소스에 듬뿍 찍어 먹으며 그날의 산책을 마무리했다. 



 독립문에 있는 영천 시장도 자주 갔다. 어릴 때 제천 영천동에 살았기에 더욱 정겨운 마음이 드는 시장이었다. 조그마한 영천 시장의 명물은 꽈배기였다. 펄펄 끓는 커다란 기름통에 끊임없이 반죽을 떼어 튀기던 꽈배기 집이 여럿 있었다. 커다란 꽈배기는 네 개 혹은 다섯 개 천원이었다. 찹쌀 도너츠는 다섯 개에 천원, 팥 도너츠는 두 개에 천원이었다. 우리는 항상 종류별로 샀다. 독립 공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하나씩 차근차근 먹어치웠다. 


시장 내에 있는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와 튀김도 자주 먹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언젠가 서서 떡볶이를 먹는데 누가 먹다 남긴, 어묵 국물이 반쯤 들어있는 종이컵을 잽싸게 떡볶이 판에다 다시 넣는 아줌마를 무심코 목격했다. 그 뒤로 우리는 시장에서 떡볶이 대신 꽈배기만 샀다. 설탕이 잔뜩 묻은 꽈배기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맛있었다. 



 그래, 꽈배기 얘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꿀꽈배기는 1972년 농심에서 만든 과자다. 실제 꽈배기보다는 좀 더 배배 꼬인 형태로 국산 아카시아 꿀이 3.2% 들어가 있다. 꿀이 들어갔다는 걸 강조하고자 꿀꽈배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꿀로 코팅 되어 있어 바삭하면서도 달콤하다. 표지 뒷면에는 ‘꿀꽈배기 한 봉지에 들어있는 아카시아 꿀은 꿀벌 1마리가 약 70회에 걸쳐 모은 것(90g 기준)’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꿀벌은 참 부지런하다. 요즘에는 꿀벌을 보기 힘들다. 그 많던 꿀벌은 다 어디로 갔을까? 꿀벌은 꽃가루를 모아 식량을 저장하며 수정을 시키는 곤충이다.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특히 매력 포인트다. 꿀벌이 꽃과 꽃 사이를 돌아다니며 수분하는 작업량은 인간이 기계를 동원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한다.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이 재배하는 주요 100대 작물 중 70%가 위험에 처한다고 하니 우리에겐 꿀벌을 지킬 의무가 있다. 꿀벌은 자기를 해치려는 사람이 아니면 먼저 덤비지 않는다. 부디 꿀벌을 만나거든 반갑게 웃으며 잠시 바라본 후 다시 가던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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