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엄마는 건강 박사

by 유자와 모과

엄마는 건강박사다. 엄마 몸이 워낙 허약하다보니 스스로 아프지 않는 법을 평생 연구하였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만 해도 식량이 부족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살았다고 한다. 특히 엄마는 한창 자랄 시기에 영양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해 몸이 부실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법. 엄마는 아플 때마다 자신의 몸을 마루타 삼아 이 방법도 써보고 저 방법도 써보며 지혜를 터득해 갔다. 밤마다 엄마가 뜸을 뜨느라 방 안이 연기로 자욱했던 기억이 난다. 벽지는 연기가 배어 누렇게 변해갔다. 엄마 손가락에는 항상 지압 패치가 붙어 있었다. 엄마에겐 약초 냄새가 났다.


오래 전 비염으로 숨쉬기 힘들어하던 엄마는 건강 책을 읽다 지렁이를 볶아 가루를 내어 먹으면 비염이 낫는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엄마는 당장 아빠를 끌고 뒷산에 올라가 지렁이를 캐기 시작했다(불쌍한 아빠). 엄마는 무농약 지렁이를 프라이팬에 볶았다.


볶으면서 나오는 김을 쐬다보니 코가 뻥 뚫리면서 비염이 나았다고 한다. 비염이 싹 나아버려 애써 만든 지렁이 가루가 소용없게 되자 엄마는 지인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후로 엄마가 한 번도 비염으로 고생하지 않은 걸 보면 강력한 항생제가 맞긴 한가 보다.



본인 건강과 더불어 가족 건강이 엄마의 사명이었기에, 우리는 전적으로 엄마 명령대로 움직여야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무거운 물건을 들다 허리를 다쳐 오랫동안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다. 아빠는 매일 방바닥에 엎드려 엄마 지시에 따라 허리 찜질기를 대고, 부황을 뜨고, 지압을 받아야 했다. 아무도 현미의 중요성에 대해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던 1980년대에 우리 집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까끌까끌한 현미밥을 먹어야 했다.


제천에서는 현미를 구할 수도 없어 전라도 광주에서 주문해 먹었다고 한다. 소풍 갈 때도 현미밥으로 김밥을 싸는 엄마를 향해 온갖 성질을 부렸지만 엄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야채를 싫어하고 소시지와 햄만 골라먹던 내가 어른이 되어 보니 어렸을 적 엄마가 제공해준 식단이 얼마나 양질의 것이었는지, 아플 때마다 엄마가 시도했던 치료법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는 나와 동생이 집에 올 때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충고를 잊지 않는다. 그 내용은 끝도 없다.


“야채가 유익균의 먹이란다. 잊지 말고 야채를 꼭 먹도록 해.”(엄마, 제가 채식 관련 책을 썼다는 걸 잊으셨나요?)

“잇몸이 아플 땐 소금을 양치 컵에 풀어. 소금물로 양치하면 낫는 거 알지?”

“과일 중에서는 자두가 항산화가 제일 많대. 말린 자두라도 매일 한 알씩 먹으렴.”

“우리 몸은 자체적으로 비타민 D가 형성되지 않으니 매일 30분이라도 햇빛을 보며 걸어야 돼.”


“제발 맨발로 흙 좀 밟아라. 몸 속 활성산소를 땅속 음전화로 빼줘야 되는 거야.”

“요리할 때 내가 설탕을 하나도 안 넣어서 너희가 잔병치레가 없었던 거야. 설탕은 독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안 돼.”

“항상 배를 따뜻하게 해야 돼. 밤에 잘 때 꼭 손수건 목에 두르고.”

“차가운 물은 몸을 굳게 하니 절대 마시지 말고, 실온에 있는 미지근한 물을 마셔라.”

“양말이 발목을 꽉 쬐면 혈액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으니 집에서는 꼭 헐렁한 양말 신고 있어. 알았니?”



한평생 책과 직접적인 경험으로 건강 지식을 터득하던 엄마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유튜브와 네이버에서도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엄마 지인들도 카톡으로 온갖 정보를 보내준다. 엄마는 유튜버 조언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 즉시 실험해 본다. 대부분은 일주일에서 길어야 한 달 정도 실천하나 어떤 건 꾸준히 하기도 한다.


얼마 전 엄마는 잠을 잘 때 입술에 테이프를 붙이고 자면 좋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본 후 그날 밤부터 실행에 옮겼다. 물론 아빠도 함께 동참해야 했다. 근육 테이프가 없어 집에 있던 지압 테이프를 붙이고 잤다는데 결과는 대만족. 자다 깨면 목이 말라 매번 물을 마셔야 했던 엄마는 입술에 세로로 테이프를 붙이고 잔 후 목마름이 사라졌다고 한다(저번에 게르마늄 물 마시고 그랬다면서요?). 아빠의 무지막지한 코골이도 잦아들었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코 내부에는 코털과 점막이 있어 코로 숨을 쉬면 유해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 깨어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코로 숨을 쉬지만 잠이 들면 입을 벌리고 구강호흡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 필터링이 되지 않은 공기가 기도와 폐로 들어가 기관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다.


침이 말라 입안이 건조해지면 세균 번식도 쉬워진다. 구강 호흡은 눈 밑 혈액 순환을 저하시켜 다크 서클을 만들기도 한다. 입으로 숨을 쉬면 코로 호흡하는 것보다 20% 정도 산소흡입이 적어져 숙면을 방해한다. 약간의 귀찮음만 감수할 수 있다면 테이프를 붙이고 자는 게 좋은 건 확실하다.


며칠 후, 딩동, 문 앞에 택배가 도착했다. 어라 누가 보냈지? 상자를 열어보니 근육 테이프 세 개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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