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두껍아 두껍아 새집 다오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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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시골 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몇몇 대형교회를 제외하고는 목회자는 월급이 매우 적다. 한 가족이 간신히 먹고 살 정도의 사례비를 받는다. 혹은 받지 못한다. 목사는 은퇴를 해도 교회 재정이 어렵기에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목회를 그만두셨을 때 수중에 있던 돈은 2천만 원이었다. 교회 옆 사택에서 생활하다 교회를 나오니 당장 갈 곳이 없었다.


나와 동생은 그 당시 한창 일을 하거나 연애를 하느라 바빠 부모님이 그렇게 어려운 상황인지도 몰랐다. 부모님은 저렴한 월세를 찾아 여러 번 이사를 다녔다. 불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지하실에서 몇 년을 살기도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부모님은 여러 일들을 하시며 돈을 모았다. 1억이 모였을 때 나와 동생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부모님이 살 수 있는 집을 찾기 시작했다.


동생은 부동산 앱에서 아파트 매물을 확인하며 시세 변화를 살폈다. 나는 동생이 알려준 곳에 임장을 가서 주변 시설을 둘러보았다. 동생이 대출을 끼고 구입 가능한 적당한 아파트를 발견했다. 역세권인데다 연식도 나쁘지 않고 주변도 조용한 동네였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호수와 대학교도 있었다. 마침내 부모님은 수원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아빠 나이 69세에 갖게 된 첫 집이었다. 평생을 남의 집에서 살다 본인 소유의 집을 갖게 된 아빠가 말했다.


“마음이 참 편하네. 이제 이사 안다녀도 되니.”


노년이 되었을 때 내 집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젊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느낌일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약해지는 건 막을 수 없는데 내 집이 없다면 힘든 몸을 이끌고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한다. 아무리 낡아도 내 집이라면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 삶의 만족도는 크게 올라간다. 자식에게 얹혀살고 싶어 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거다. 주택이 있다면 최소한이라도 독립적인 삶의 지속이 가능하다. 주택은 지속적인 수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독주택 구조라면 남는 방을 세 놓을 수도 있고, 주택을 담보 잡아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부모님도 아파트를 구입할 때 나중에 연금으로 돌리는 걸 계획했기에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살 엄두를 냈다.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아나가던 부모님은 2년 후 집을 주택연금으로 전환했다. 엄마 지인들은 대출이 있는데도 주택 연금을 받을 수 있냐고 묻는다. 가능하다. 주택 연금을 신청하면 대출 부분을 제하고 남은 금액을 계산해 연금을 준다. 많든 적든 30년 혹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달 일정한 현금이 들어오기에 안정적으로 남은 생애를 계획하고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다.


한국인에게 집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직도 집 한 채는 자식에게 남기고 가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 어르신이 많다. 한평생 힘들게 번 돈으로 장만한 집이라면 애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부모님만 봐도 그렇다. 본인들 삶은 팍팍할지라도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돌아가실 때 조금이라도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시부모님이 최대한 편안히 남은 생을 누리며 살기 원한다. 유산은 그동안 받은 사랑과 함께 나눈 추억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양가 부모님이 재산을 모두 쓰시고 가신다는 걸 가정하고 있기에 더 열심히 저축하고 아끼며 살아간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독거노인 비율((65세 이상 1인가구수 ÷ 65세 이상 인구) × 100))은 2022년 기준 20.8%인 187만 명이며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에게 노년 시기는 더 가혹할 수 있다. 인생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할 경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많은 고령자가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꾸준히 발생한다. 이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한국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돌봄을 받는 사회적 시스템이 튼튼하지 못하다. 요양병원이나 가정에서의 노인학대도 근본적으로는 돈이 없어 생기는 비극이다. 어느 정도 재산이 있으면 간병인 의료 서비스, 반찬 배달 서비스, 청소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돌봄 서비스가 가능한 세상이다. 과거에는 결혼이 필수처럼 여겨졌지만 현재 젊은이들은 선택지 중 하나라 생각한다. 혼자 살아갈 계획이라면 더 철저한 경제 계획이 필요하다. 젊을 때 시작하는 노후 준비는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며,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여정의 일부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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