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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Oct 21. 2023

30. 크라운산도


초등학생 시절 문방구 앞에는 초코과자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손을 배출구 앞에 미리 갖다 대고 판매기에 10원을 넣으면 꾀돌이가 10알정도 쏟아져 나왔다. 꾀돌이는 갈색을 띈 콩알 모양의 과자다. 시럽을 잔뜩 입혀서 입안에 마구 달라붙는다. 


디즈니 만화 <시골쥐와 서울쥐> 캐릭터 중 시골쥐 캐릭터가 인쇄되어 있다(디즈니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꾀가 많은 꾀돌이는 시골쥐라는 뜻인가 보다. 자동판매기에선 가끔 과자와 함께 네모로 접힌 쪽지가 나오기도 했다. 종이를 펼치면 사탕이나 스낵 종류가 적혀 있었는데, 문방구에 갖다 주고 상품과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남편은 10원을 모을 때마다 자동판매기로 달려갔고 쪽지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돈을 넣었다. 

 10원짜리 과자가 어

디 있냐며 놀라는 젊은 친구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그 당시 유행하던 ‘둘리바’라는 아이스크림은 50원이었다. 형광 녹색을 띄었던 둘리바는 저렴하기도 했거니와 먹으면 혓바닥이 녹색으로 변해 자주 먹던 아이스크림이었다.

 나보다 두 살 아래인 남동생은 100원짜리 ‘동물원’ 과자를 좋아했다. 크라운에서 만든 동물원은 다양한 동물 모양이 납작하게 찍힌 과자로, 고래밥 해양 동물들보다는 크기가 좀 더 컸다. 동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침을 대충 먹고 잽싸게 집 앞 구멍가게로 달려가 동물원 과자를 사왔다. TV 앞에 앉아 <뽀뽀뽀>나 <하나둘셋>을 보면서 과자를 먹은 후 학교에 갔다. 동물원에 들어있던 별사탕은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먹었다고 한다.


 삼양에서 만든 뽀빠이 과자도 자주 먹었다. 라면을 짧게 잘라 튀긴 형태의 과자로 역시 별사탕이 들어 있었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아이들의 고마운 간식이었다. TV에서는 <뽀빠이>라는 동일한 이름의 만화도 절찬리에 상영 중이었다. 파이프를 입에 물고 알통을 내밀던 뽀빠이 선원과 “구해줘요 뽀빠이”를 외치던 올리브가 주인공이었다. 


시금치 통조림을 한 입에 털어놓고 악당을 물리치던 <뽀빠이>를 시청하던 아이들에게 전국의 엄마들이 꼬드겼다. “뽀빠이처럼 힘이 세지려면 시금치를 많이 먹어야지. 조금만 먹어보렴.” 하지만 그때 어린이도 지금처럼 똑똑했기에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90년대에 태어난 친구들 몇 명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은 학교 매점에서 브이콘이나 나나콘을 자주 먹었다고 했다. 둘 다 옥수수 과자로 또띠야를 잘게 부숴 튀긴 느낌이다. 밭두렁 과자처럼 딱딱해서 수업시간에 몰래 하나씩 입안에 넣고 녹여 먹었다고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 꼭 챙겨가는 과자로는 아우터가 있었다. 플라스틱 통에 든 아우터를 가져오지 않는 친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과자라고 한다. 


 아무리 오래된 추억의 과자라 할지라도 1961년 크라운에서 나온 크라운 산도를 이길 수는 없다. 크라운 산도는 최고령을 자랑한다. 초창기에는 사각형 비스킷이었지만, 80년대 이후 원형으로 바꿨다고 한다. 크라운 산도보다 더 오래된 제품은 연양갱밖에 없다.


연양갱은 1945년 광복 이후 해태에서 일본인이 버리고 간 양갱공장을 인수해 만들었다고 한다. 아빠에게 크라운 산도를 처음 먹었던 때가 기억나는지 물어보았다. 튀밥이나 뻥튀기 같이 거친 과자만 먹다가 처음 맛본 산도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맛이었다고 한다. 샌드 사이에 든 크림은 또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며 아빠는 침을 꿀떡 삼켰다. 


 크라운 산도는 모양도, 맛도 담백하면서 담담한 과자다. 딸기맛, 크림맛, 초코맛 모두 각자만의 개성이 있다. 산도를 먹을 때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준 크라운 산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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