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픈 사람 마음을 누가 알까?

by 유자와 모과

“하림아, 오늘 아침에 엄마가 산에 운동 갔다가 동네 사시는 분들 만나 얘기 나눴는데,

그중 한분이 눈 수술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한다고 그러시네.

백내장 수술하면 병원에 자주 오가야 되는데 멀면 엄청 불편하대.

그분도 수원에 있는 김안과에서 했는데 잘 했대. 수원에는 김안과 이안과가 유명하대.

여기서 버스타면 금방 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가까운 데서 하는 게 낫겠어.

그래야 엄마가 혼자 병원도 다니고 그러지.”


평온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부서진다.


“여기저기 유명하다는 병원 다 알아보고 겨우겨우 예약을 해놨더니 또 바꾸자고?

동네 아줌마 말 한마디에? 그게 말이 돼?

엄마는 내가 말하는 건 듣지도 않고 남이 말하는 건 그렇게 잘 들어요.

눈 수술은 잘하는 데서 해야 된다고. 왜 동네 병원에서 하려고 해?”


한숨을 쉬고 짜증을 내며 엄마에게 소리치자 엄마는 주눅 든 목소리로 그래도 한번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라고 말한다.

이왕이면 가까운 데서 하면 좋지 않겠냐고.

엄마 눈 수술하는 건데 엄마 마음이 편한 곳에서 해야 되지 않겠냐고.

그렇게 화낼 거면 그냥 엄마가 알아서 찾아보겠다고.


전화를 끊고 수원 김안과 이안과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카페 글들을 읽어본다.

엄마 말이 맞다.

둘 다 오래되고 유명한 병원이다.

백내장 수술이라면 여기서 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망막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해야 한다면 종합병원이 더 낫지 않을까?

개인 병원은 망막 수술 경험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원에는 아주대와 빈센트 종합병원이 있다.

엄마에게 의견을 말해 봐야겠다.


수원 김안과에 예약을 잡고 성모 병원 예약을 취소한다.

절대 화내지 말자고 다짐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김안과에 예약은 했는데 만약 망막에 이상이 생긴 거라면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천천히 설명한다.


엄마는 백내장이 아니라 광시증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가보려는 건데 이제 광시증은 사라졌고 비문증만 남아있다며 차라리 손목 수술을 먼저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한다.

뭐라고?

이틀 만에 마음이 홀라당 바뀌어서 손목 수술부터 하겠다고?


화가 올라온다. 올라온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엄마는 지금 얼마나 힘들까?

엄마 입장에서 생각하자.

어려운 일도 아니니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드리자.

만약 엄마가 인터넷 사용에 능숙했다면 내게 절대 부탁하지 않았을 거다.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자기 고집이 센 사람이니까.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 눈이 괜찮아졌다면 원래 하려던 손목 핀 빼는 수술부터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대답한다.

js 병원에 예약하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김안과 예약을 취소하고 정형외과에 새로 예약을 한다.

엄마 마음이 어떨지 짐작은 된다.


나도 오른쪽 눈에 녹내장이 있는데 눈이 아플 때마다 심장이 덜컹 덜컹 하니까.

이러다 실명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니까.

책을 더 읽고 싶은데 눈이 아파서 내려놓아야 할 때마다 화가 나니까.


엄마는 지금 임플란트도 진행 중이고, 눈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다.

원래 허약한 체질인데 나이가 들며 여기 저기 몸이 말썽을 피우니 마음이 좋지 않을 거다.

대신 아파줄 수 없으니 마음이라도 편안하게 해드리자.


다음날 손목 수술한 의사와 면담을 했고 핀을 뽑아도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손목 수술은 내일 오전이다.

입원은 하루면 된다고 한다.

아침 일찍 엄마를 모시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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