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집을 나선다.
6개월 전 엄마 손목에 핀을 고정하는 수술을 할 때가 떠오른다.
오전에 병원에 오라고 해서 당연히 오전에 수술 할 줄 알았다.
엄마가 몇 가지 검사를 마치고 나니 수술은 오후에 한단다.
엄마가 어제 밤부터 지금까지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는데 오후까지 기다리라고?
그걸 오늘에서야 말해주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병원이 하라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무력감이 느껴진다.
우선 입원부터 하란다.
입원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엄마는 링겔을 맞았다.
일반인은 입원실에 들어가지 못하기에 나와 아빠는 점심을 먹고 왔다.
병원이 너무 춥다.
여름이라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았다.
세균 감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런 거겠지
진료 받으러 온 노인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오후 2시쯤 엄마가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앞으로 자리를 옮겨 기다린다.
기도만이 할 수 있는 전부다.
한 시간 후 수술이 끝난 엄마가 병상에 눕혀져 나온다.
“엄마 안 추웠어?”
“수술실에 들어가서 기다리는데 너무 너무 추워서, 간호사한테 저는 추우면 기침이 나오는데 어쩌지요? 했더니 담요를 덮어주더라. 그래서 괜찮았어.”
그때 엄마는 3일간 입원을 했다.
많이 아파했고 퇴원하고 나서도 한 달은 고생했다.
이번에는 뼈가 다 붙은 상태에서 핀만 제거하는 수술이기에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을거다.
수술한 손목을 움직여 바로 식사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엄마를 태우고 병원으로 간다.
접수 후 엄마는 바로 입원실로 올라간다.
엄마도 나도 처음만큼 허둥대지는 않는다.
오전 중에 수술을 하긴 하겠지만 언제 할지는 모른다.
이번 수술은 간단하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11시쯤 엄마에게 전화를 하나 받지를 않는다.
30분 간격으로 전화를 한다.
수술이 늦어지나?
점심을 먹고 있나?
자고 있나?
뭐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2시쯤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수술하고 마취가 덜 풀려서 지금까지 잤다고 한다.
병실에서 눈을 떴는데 목이 너무 말랐다고.
어지러워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고.
한참을 기다리니 병실에 한 아줌마가 들어오길래 물 한 잔만 달라고 부탁했다고.
따뜻한 물을 500ml나 마셨다고.
그분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같은 병실을 쓰고 있다고.
점심도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고.
병실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가져온 자유시간을 혼자 다 먹어 버렸다고.
초콜렛을 먹으니 좀 살 것 같다고.
팔이 아프긴 하지만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내일 만나자고 하며 엄마는 전화를 끊었다.
이번 수술은 간단해서 보호자도 필요 없다고 했는데.
엄마 말을 들으니 저게 보호자 없이 될 일인가 싶다.
만약 엄마가 초콜렛을 안 가져갔다면?
만약 병실에 오랫동안 아무도 안 들어왔다면?
엄마 같은 경우가 어디 한두 명 일까?
수술이 끝나면 다들 목이 마를테고,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다들 배가 고플텐데,
하루만 입원해도 병원비를 70만원 넘게 내는데 그 정도 케어는 해줘야 하지 않나?
엄마가 다시는 병원에 입원할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