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의사 말을 듣지 않아요

by 유자와 모과

퇴원할 때 의사가 주의사항을 말했다.

화장실 갈 때 외에는 방에서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고.

움직이면 철심이 벌어져 뼈가 붙지 않는다고.


아버님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2주 뒤에 상태를 보고 부목을 풀지 결정한다고 한다.

며칠 후 아버님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은 옥상에 올라와 앉아 있다고 했다.

옥상이라뇨? 거기까지 어떻게 가셨어요? 목발 짚고 갔다고요?

의사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요. 괜찮다고요? 아니 그게 괜찮지가 않을 텐데요.

나는 답답했지만 아버님은 태연했다.

며칠 후 어머님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 식사 챙기느라 힘드시지요? 경미네가 저녁 사줘서 먹고 왔다고요?

아버님도 같이 갔다고요? 어떻게요? 목발 짚고 차 타고 갔다고요?

의사가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요. 괜찮다고요? 그러다 염증이라도 생기면 어째요.


나는 속이 터졌지만 어머님은 태연했다.


나는 의사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병원 약이나 주사도 마찬가지다.

약을 받으면 성분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병명 확정을 받으면 관련 책을 모두 찾아 읽어본다.

병원 치료 외에 대안은 없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항암 치료를 받을지 말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치아가 썩으면 그 부분을 때우거나 뽑고 다리가 부러지면 붙을 때까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단순한 원리다.

그런데 답답하다는 이유로 자꾸 움직이면 회복은 더뎌질 게 뻔하다.


2주 후 아버님은 경과를 살피러 병원에 갔다.

의사는 말했다.

철심 박은 게 살짝 벌어졌다고. 이러면 수술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아무래도 입원하는 게 낫겠다고.

아버님은 이제 집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고 의사와 약속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남편과 대전에 내려가 함께 점심을 먹을 때 소파에 앉아 있던 아버님은 깨금발을 뛰며 식탁으로 왔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화가 났지만 더 이상 지적할 수는 없었다.


하루 종일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 고통을 겪어 본 적이 없기에.

부목 대는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아버님은 조금씩 움직이는 걸 선택했을 수도 있다.


결국 아버님은 한 달이나 늦게 부목을 풀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다녔다.

처음엔 목발에 의지해서, 나중엔 절뚝거리며 조금씩 다리를 움직였다.

막 걸음걸이를 배우는 어린 아이처럼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땅을 디뎠다.


시작된 모든 것은 언젠가 끝이 난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도 결국엔 끝이 있다.

어머님과 장을 보러 나왔다는 아버님 목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 속 근심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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