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녹내장을 개선시키는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있는 건 운동이다.
운동? 그거야 쉽지.
매일 한 시간씩 학의천을 걸으니까.
여기서 말하는 운동은 그런 ‘쉬운’ 유산소 운동이 아니다.
운동하는 내내 땀을 주룩주룩 흘릴 만큼 중강도와 고강도 사이의 운동을 지칭한다.
급성 녹내장 판정을 받았다면 안압을 떨어뜨리는 게 우선이지만, 나처럼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에게는 혈관 흐름 개선이 더 중요한다.
신체 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땀을 흘려야 한다.
손발이 찬 사람이나 마른 사람이 녹내장에 잘 걸린다고 한다.
바로 나다.
녹내장 협회에서도 주 6일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한다.
1시간씩 땀이라...
나는 여름에도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인데.
주 6일이라...
걷는 걸로는 땀이 나지 않는다.
조깅은 땀이 나지만 비가 오거나 춥거나 눈이 오면 나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요가는 엎드리는 자세가 많아서 위험하다.
수영은 물안경을 써야 하니 안압이 눌릴까 걱정된다.
게다가 매일 수영을 하면 머릿결은 또 얼마나 상할까.
등산을 하고 싶지만 매일 차를 끌고 가야하고 혼자 산을 오르는 것도 무섭다.
탁구도 땀이 나는 운동이지만 매일 남편이 일찍 퇴근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가야 할 곳은 헬스장이다.
헬스장에서 트레이드 밀에 올라 경사를 높인 후 걷고 뛰고를 반복해야 한다.
20대 이후로 헬스장을 가본 적이 없다.
헬스장이 잘 맞았고 그때도 재밌게 다녔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부터 더 재밌는 운동들을 발견했기에 굳이 그곳에 갈 이유가 없었다.
30대가 되어서는 자연을 느끼며 걷는 게 좋았다.
맨발로 땅 위를 느끼는 즐거움, 들꽃과 나무들을 구경하는 즐거움.
탁한 공기를 호흡하며 런닝 머신 위에서 뛰는 사람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딱딱한 트레드 밀 위에서 제자리를 맴도는 건 인체에도 부담을 준다.
하지만 내겐 남은 선택지가 없다.
밖의 날씨가 어떻든, 동료가 있든 없든 언제든지 가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은 헬스장 뿐이다.
마음을 먹고 집 앞 헬스장을 찾았다.
일 년에 33만원. 락커비와 운동복 대여비는 별도다.
헬스장에서 신을 운동화와 스포츠 브라를 구입한다.
준비가 끝났다.
첫 날, 트레드 밀 경사를 10%로 올리고 속도는 5.7까지 점진적으로 올려 걷기 시작한다.
처음엔 5분 걷고 속도를 7.5로 올린 후 1분 뛰고, 다음부터는 4분 걷고 1분 뛰고를 반복한다.
그냥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는 땀을 내는 게 쉽지 않아 뛰어야 한다.
10분이 넘어가자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와 땀이다.
15분이 되자 더 이상 뛰는 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두 번을 더 뛰어야 하는데.
22분이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간신히 1분을 뛴 후 걷기로 마무리한다.
총 20분을 걷고 5분을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흘러내린다.
얼마 만에 흐르는 땀이던가.
잠시 스트레칭을 한 후 웨이트 운동으로 넘어간다.
30분간 기구 운동을 한다.
역시 땀이 난다.
무게를 더 늘리고 싶지만 무리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이 급성 녹내장 판정을 받았다.
30대다.
운동을 좋아해 매일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던 친구다.
병원에 갔더니 앞으로 무거운 기구를 드는 운동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눈에 압력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1시간 동안 트레드밀에서 걷고 뛰고만 반복한다.
지금까지 한 달 동안 주 5일을 운동했다.
가장 힘든 건 트레드 밀에서 중간 중간 다섯 번 뛰어야 하는 5분의 시간이다.
1분간 뛸 때마다 생각한다.
오늘은 세 번만 뛰고 그만할까?
다섯 번째는 도저히 못 뛸 것 같은데.
이제 한 번만 더 뛰면 남은 하루는 편하게 보낼 수 있으니 힘을 내보자.
한 달 내내 러닝머신에서 뛸 때마다 이 생각을 안한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려 해도 경사 위에서 뛰는 건 고통스럽다.
만약 살을 빼려는 목적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다.
살 찌고 말지. 그게 뭐라고.
엄마는 항상 내게 푸념했다. 세상에서 살 빼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게 없다고.
너가 안 해봐서 모른다고.
그때마다 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거 다 의지부족이야. 마음만 먹으면 왜 못해.
해보니 알겠다. 마음만 먹어서는 부족하다.
살을 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절박한 마음 없이는 지속 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데,
눈의 통증이 조금 줄어들었다.
딱 한 달 땀을 흘렸을 뿐인데.
2시간 동안 책을 읽어도 예전만큼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효과가 있다.
혈류 개선이 중요한 포인트인 거 같다.
게다가 체력이 예전보다 나아진 기분이다.
낮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함이 덜하다.
놀랍다.
헬스장을 등록했을 때 인바디 검사를 했다.
골격근이 평균 이하였고 단백질도 부족하다고 나왔다.
검사 결과표를 확인한 트레이너가 말했다.
회원님은 평생 헬스하셔야 되요.
얼마 전에 골다공증이 있는 30대 회원님이 등록했는데 그분이랑 똑같은 상태세요.
단백질이 부족하시네요.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요?
(잠시 침묵)
그래도 드셔야 되요.
매우 심각한 상태세요.
1년 뒤 인바디 검사 결과가 기대된다.
한달 간 운동을 했지만 살은 100g도 빠지지 않았다.
모두 근육으로 갔으리라 믿는다.
녹내장이 내 몸을 살리는구나.
너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