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선일보
<생각의 역습>에서 최승호는 말한다.
‘우리의 뇌는 행복 감정을 저축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캐럴 ‘창밖을 보라’의 가사 중 ‘추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마음껏 즐기라. 맑고 흰 눈이 새봄 빛 속에 사라지기 전에’라는 대목은 적응현상에 대처하는 지혜를 알려준다.
‘지금이 다 가기 전에 마음껏 즐기라. 작은 기쁨이 또 적응되어 사라지기 전에.’
행복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어제도 오늘도 하얀 눈이 내린다.
이틀 연속 눈이라니.
작은 기쁨이다.
폭설이 내릴 때마다 생각한다.
오늘은 몇 마리의 오리 떼를 만나려나.
몇 년 전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아파트 담장 위에 놓인 눈오리와 처음 조우했다.
“자기야. 이것 좀 봐. 누가 엄청난 걸 만들어놨어. 예술이네.”
남편과 나는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좀 더 걷다보니 방금 전과 똑같이 생긴 눈오리가 가드레일 위에 앉아 있었다.
그제야 우리는 눈오리가 인간 솜씨가 아님을 깨달았다.
플라스틱 집게 장난감에 눈을 넣고 꾹 누르면 오리 모양의 눈뭉치가 뿅 하고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오리 눈집게와 사랑에 빠졌다.
눈만 오면
벤치 위, 나무 위, 운동 기구 위, 길바닥에 오리들이 출몰한다.
대체 언제, 그리고 누가 이 많은 오리떼를 만드는 걸까?
작년에 아이가 둘인 친구와 길을 걷다 눈오리 몇 마리를 발견했다.
너무 귀엽다며 나도 만들고 싶다고 말하니 친구가 물었다.
“넌 집에 오리집게도 없니?”
그렇다.
난 오리집게도 없는 사람이다.
아이 있는 집에서 오리집게는 필수품이었던 것이다.
“오리 집게는 어디서 사는 거니? 남는 거 있으면 하나만 줘.”
친구는 하나 주겠다고 했지만 그러고선 둘 다 잊어 버렸다.
집 앞 공원을 서성이던 눈오리들은 하루 만에 녹아버렸다.
눈사람은 아직 건재하다.
나도 올해는 반드시 오리 집게를 사고 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