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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Feb 15. 2024

2024년 2월 소비단식(1)

2028년 1년 휴직 프로젝트


입춘이었다. 맨다리로 산책해도 춥지 않은 날이었다.

봄이 시작되는 날이라 마음이 설랬다.

너를 그토록 기다렸다.     

봄이 온다니 꽃을 사야겠네.


온라인 꽃가게에 들어갔다.

히아신스 구근 하나만 사려 했다.

정말이다.     


쇼핑몰 메인 화면에 우리 집에 없는 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저건 뭐지?

미역 줄기처럼 생겼네.

쟤도 미역 줄기 같은 데. 피쉬본? 생선뼈라고? 귀엽기도 하지.

옮겨 심을 토분도 하나 사고. 

결제를 하려 보니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잠시 창을 닫았다.     

오후 내내 다른 일을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그 식물이 꼭 필요해?


당연하지. 식물은 한 번 사면 평생 키울 수도 있잖아. 이만한 투자가 어딨니? 

10주년 행사로 10% 할인도 하잖아. 그동안 할인한 거 본 적 있어?      


3천원짜리 히아신스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다. 이미 우리 집엔 식물이 넘치니까.

그게 무슨 소용인가. 나는 나에게 설득 당했다.

6만원을 결제했다.      


이게 다 봄 때문이다.

봄만 오면 새로운 초록 식물에 눈길이 간다.

3월은 오지도 않았는데. 

2월은 실패했다. 3월엔 절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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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기간에 따라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

1년이라면 강도가 높아도 견딜만하다.

그 이상이라면 극도의 절약은 일상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불행하다는 생각은 의지로 바꿀 수 있다. 

고통은 몸과 마음에 타격을 준다.     


돈을 모으겠다며 난방도 하지 않은 채 추위에 덜덜 떨며 잠드는 생활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돈을 모으겠다며 밥과 김치로만 식사를 하는 생활도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미래의 행복을 위한 절약이 현재 삶에 고통을 준다면 좀 더 느슨하게 기준을 잡는 게 좋다.     


평소 돈을 쓰는 기준을 정해 놓으면 고민이 적어진다. 

내게도 기준이 있다.     


예를 들면,

가족들 모임이 있다면 식사는 우리가 대접한다.

친구가 사겠다는 말을 미리 하지 않으면 내가 계산한다.

지인 집에 방문할 때는 쿠키나 과일을 사간다.

장보는 건 일주일에 두 번 이내로 해결한다.

배달 음식은 시키지 않는다.

택시는 타지 않는다.

가족 생일만 챙긴다.

입던 옷 하나를 버려야 새 옷을 살 수 있다(신발도 마찬가지).

스승의 날과 크리스마스에는 목회자에게 선물을 한다.

남편과 외식할 때 한 끼 비용은 5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사고 싶은 물건은 장바구니에 넣고 기다린다. 그동안 대체할 방법이 있는지 찾는다.   

  

기준은 살면서 하나씩 더해진다.

남동생은 결혼 전 부모님과 내게 많이 베풀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하나일 때도 그랬다.

아이가 두 명이 되자 외벌이로 자기 가족 챙기기도 버거웠다.

남편 남동생 경우도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나와 남편은 새 기준을 세웠다.

둘 다 맏이니 가족과 관련된 일에는 최대한 우리가 돈을 내자.

아이가 없기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했다.

기준이 생긴 후부터 돈 쓰는 게 속상하지 않다. 

    

2월은 설날이 있어 돈 나갈 일이 많다.

조카 하율이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1학년이 된다.

두둑한 세뱃돈을 챙겨줘야 한다.

시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셔서 가족 모임도 한다.

밥값이 꽤 나올 것 같다.     


2월 장보기 비용을 줄이려 냉장고 파먹기를 하고 있다.

255리터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나름 캘 게 많다.

여기서 아끼면 되지.

우리가 돈을 낼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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