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세계의 작은 차들

by 유자와 모과

네 바퀴 달린 차가 한 대 두 대 지구를 굴러다니기 시작했을 당시, 초창기 차들은 매우 작았다. 자원이 부족하고 기술도 발달하지 않았기에 구조가 간단하고 경제적인 작은 차들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유럽은 좁은 골목길이 많고 심각한 주차난 때문에 경차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은 자동차 몇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포드 모델 T가 있다. 창업자 핸리 포드는 디트로이트 엔지니어 출신으로 부유층보다는 농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차를 만들고자 했다. 모델 T는 최소한의 기능만 넣은 작은 차로 실용적이면서도 놀라울 만큼 값이 저렴하였다. 1908년에 출시된 모델 T의 가격은 850달러였는데, 당시 다른 차들은 2000달러 수준이었다. 포드는 단일 모델과 단일 색상만을 생산함으로써 단가를 낮추었다. 1914년 컨베이어 시스템이 등장해 자동차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자 포드 회사는 자동차 가격을 295달러까지 떨어뜨렸다. 이는 당시 미국 노동자의 1년 치 봉급수준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드디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드 모델 T는 튼튼할 뿐 아니라 구조가 간단하여 고장이 나도 쉽게 수리가 가능하였다. 당시 전 세계 자동차 절반이 모델 T였다고 한다.

1934년 독일에서는 파시즘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 패배와 대공황 여파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히틀러는 사회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포르쉐 설립자인 페르티난트 포르쉐 박사에게 값싼 국민차를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1938년 포르쉐는 체코에서 생산되던 차량을 베껴 폭스바겐을 만들었으나 곧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폭스바겐 생산 공장은 즉시 군용차량 생산 공장으로 바뀌고 오리지널 폭스바겐은 전쟁이 끝난 1946년이 되어서야 다시 부활하게 된다.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의미이나 자동차 모양이 딱정벌레를 닮았기에 영어로는 비틀이라고도 불린다. 동글동글 순하게 생긴 폭스바겐은 겉모습과는 달리 차체 구조가 견고하고 금속이 잘 부식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트렌스포머>에 등장하는 샛노란 범블비는 1세대 폭스바겐을 멋지게 변신시킨 것이다.

1956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한다. 당시 운하 운영을 주도했던 영국과 프랑스가 반발하여 전쟁을 일으키나 막판에 미국과 소련의 압박으로 군대를 철수하게 된다. 이집트에 행사했던 정치적 힘을 급작스럽게 잃게 된 영국은 운하를 통과하는 원유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에 따라 국내에서는 휘발유 해결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게 된다. 정부는 기름이 적게 드는 초소형차 보급이 시급해 졌고 그 결과 1959년 오리지날 미니가 탄생하게 된다. 설계팀의 개발 목표는 3.04m라는 짧은 길이로 4인승 차량을 만드는 것이었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바퀴를 작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니의 스피드는 굉장했다. 미니는 1964년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하여 첫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레이가 페라리와 승부를 벌인 레이스 시합에서 이겼다고나 할까? 1969년 영화 <이탈리안 잡>을 보면 지하철이나 하수관 같은 좁은 공간을 헤집으며 쌩쌩 달리는 미니의 깜찍한 모습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미니스커트 라는 단어도 이 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되었다고 한다.

‘두 마리 말’이라는 뜻을 가진 시트로앵 2CV(Deux Chevaux)는 프랑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다.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에 따르면 이 차의 목적은 ‘달걀 바구니를 싣고 비포장도로를 달려도 달걀이 깨지지 않는 유연한 서스펜션(suspension)을 가진 차’였다. 2CV는 1939년에 300대 한정으로 출시되었지만 곧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며 생산이 중단된다. 프랑스가 나치에 의해 점령당하자 시트로앵 경영진은 개발된 자동차를 독일에 넘기지 않기 위해 차 대부분을 폐기하거나 땅에다 묻어 버렸다. 전쟁이 끝난 1948년에 다시 태어난 시트로앵 2CV는 ‘못생긴 오리’라 불릴 정도로 디자인은 엉성하였지만 승차감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여 프랑스 농민과 서민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보닛 중앙에는 콧잔등을 찌푸린 듯 주름이 잡혀 있는데 이는 차체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시트로앵 2CV는 무려 40년 동안이나 모델 변경 없이 생산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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