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X그림책
고등학교 때 라디오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환경보호 활동가였던 선생님을 따라 낙동강의 철새를 쫓아다니곤 했던 내가 어떤 기회로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었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하는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었다. "어른이 되어서 저는, 그냥 분리수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쎄 거창한 꿈이 아니라서 너무 시시한 답변이 되었나?! 생각이 잘 나지 않지만 그때의 낭랑한 18세의 목소리는 라디오를 통해 울려 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지금 그 대답은 지금도 유효하고, 나는 분리수거를 성실히 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대단한 무엇』이다. “저는 나중에 뭐가 될까요? 경찰? 소방관? 아니면 챔피언?”
주인공은 아빠와 가족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가족의 즐거운 역사를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대단했던 그들의 삶을 상상하는 일이 재미있다. 경찰의 자랑이었던 앙구스 삼촌, 용감했던 도리스 고모, 언제나 홀로 맨 앞에서 달렸던 챔피언 티보 삼촌, 작은 몸으로 별에 다녀온 유키 고모까지. 한 컷의 그림 안에 생각보다 치열했고 찬란했던 삶을 살았던 한 사람 인생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저는 나중에 뭐가 될까요? 경찰? 소방관? 아니면 챔피언?” 주인공이 물을 때마다 아빠는 “뭐가 되든, 대단한 개가 될 거다!” 하고 대답한다.
엄청 대단하다는 건 어떤 걸까?
이 질문을 통해 '대단한 삶'에 대해 한 번 더 의미를 찾아본다. 그리고 이 그림책의 매력은 마지막에 반전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무심코 넘기는 이름 뒤에 놓여 있던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림책 작가들은 글과 그림에 숨바꼭질하듯 힌트를 숨겨두곤 하는데,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좋은 그림책은 그래서 한 번만 읽고 묵혀두기에 아까운 책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