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심부름 꾼 타깃 레이다
내가 진정 바라는 삶
2학년 2학기 어느 날, 중간고사를 앞두고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며 시간을 확인하는데 덩치가 큰 친구 하나가 내 앞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무심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야! 윤성이! 매점 가서 빵 한 개, 요구르트 한 개, 사탕 한 개 사 와!”
“어….”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불길하고 화가 치솟았다. 윤성이라는 아이가 저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직감적으로 다음은 내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매점을 다녀온 윤성이는 빵, 요구르트, 사탕을 들고 심부름을 시켰던 친구에게 건넸다. 그 후에도 윤성이는 일주일에 3번 정도 그 친구의 심부름을 했다. 내 앞자리여서 그들의 모습을 자꾸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덩치 큰 아이는 윤성이 말고도 힘없고 나약한 아이들에게 똑같은 심부름을 시켰다. 나는 불길한 예감이 더욱 커졌다.
며칠 뒤 쉬는 시간, 윤성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친구가 드디어 나에게 다가와서 내 책상 위로 천 원짜리 한 장을 던졌다.
“야! 이남호! 내가 다리가 아파서 매점을 못 가겠네. 네가 매점에 가서 빵 한 개, 요구르트 한 개, 사탕 한 개 사 와.”
“…….”
“이 친구가 무지 배가 고프다!”
순간 나의 심장 박동이 최고조로 빨리 뛰고,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놈의 날강도가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있구나! 저 녀석은 중학교 1학년 때의 반장이나 체육시간 때 나를 일부러 넘어트린 녀석보다 더 나쁜 강도야! 아니, 운명 같은 녀석이야. 내가 맞아 죽는 일이 있어도 저놈의 종노릇은 절대 못해!’
나는 첫 스피치 훈련과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목숨을 건 훈련 그리고 막내누나와 했던 약속을 떠올리곤 그에게 강하게 말했다.
“못 가. 아니, 안 가. 난 죽어도 네 종노릇은 못해!”
“하! 너 지금 거절하는 거냐? 이게 미쳤나. 야! 너 따라와!”
날 화장실로 끌고 간 그는 내 멱살을 잡고 왼뺨을 툭툭 내려치면서 곱게 말할 때 자신의 말을 따르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나는 네 종노릇을 할 수 없다고 끝까지 버텼다. 변화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훈련하길 3년째인데, 지금 이 순간에 느낀 겁 따위로 복종해 버리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그게 더 두려웠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나는 매우 심각하게 스스로를 재점검했다. 이대로 지낸다면 그들은 조만간 또다시 나에게 와서 협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어디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브리스톨의 《신념의 마력》, 노만 빈센트의 《적극적 사고방식》, 지그 지글러의 《정상에서 만납시다》 등 성격 개조 관련 도서를 쌓아놓고 다시금 읽기 시작했다.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없었으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대중 스피치 훈련뿐이라고 확신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하늘에 있는 창호도 내가 이대로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지금의 고민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나에겐 오직 스피치 훈련밖에 해답이 없어. 미치도록 다시 훈련하는 거야. 아니, 그냥 미치는 거야. 외치고 또 외치는 거야. 열정 100도로 끌어올려 내가 바라는 삶을 사는 거야. 남호야,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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