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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gust Jun 14. 2024

이렇게 힘들 거면 차라리 바닥을 찍으렵니다.

글을 올리지 않은 지난 3개월 간 제 인생 그래프는 하향곡선이었습니다.


음악을 하겠다고 했으니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긴 했습니다.


뮤지션 계정으로 운영하는 SNS에 나름 꾸준히 영상을 올렸고, 작은 무대에도 한번 섰고, 버스킹도 해봤습니다. 곧 발매될 자작곡도 썼습니다. 


그러나 제 내면은 '무엇을 했냐'보다 '무엇을 못 했냐'에 선명한 초점을 맞추더군요.


그러니 참 괴롭습니다.


제가 아직도 하지 못한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것밖에 못해?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 속도밖에 못내? 라는 자책도 자주 합니다.


스스로를 옥죄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많이도 무너져 있었습니다.




요즘은 밤에 집에 있기가 참 싫습니다.


이렇다 할 것 없이 하루를 끝내는 제가 싫어서요.


고요한 밤의 정적이 저를 무겁게 짓누르더군요.


그러한 밤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니 속이 너무 답답하더군요. 


요 전날 모든 게 너무 지겨워져 무작정 나가 걸었습니다.


빛나는 야경 속에서 아마도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이 제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네가 있을 자리는 없어.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은 지금 이 세상에 없어. 넌 부모님한테 짐이야. 한심해.'


세상이 제게 이렇게 말을 했을 리는 없죠. 피해망상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저 말들이 제 머릿속에 있었다는 겁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었던 거죠.


제가 저를 저런 식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글로 옮기면서 보니 제 상태가 꽤나 심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마음에 평안을 찾을 가능성을 봤다는 겁니다.


뭔가 자꾸만 억지로 하는 기분이 들고 사소한 거 하나 하기에도 버겁게 느껴지는 이 시기가, 어쩌면 너무 지쳐버린 저를 차라리 잘 쉬게 하려는 인생의 의도가 아닐까요.


힘든 저를, 지친 저를 그냥 인정해버리려 합니다. 


인정하고 차라리 바닥을 찍어보려 합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부드럽게 내려갈 것을, 어떻게든 움직이고 발버둥치고 성실해지고 싶어하는 습관을 이번만큼은 좀 버려야겠습니다.


그렇게 언젠가 바닥에 다다르면 그땐 올라갈 일밖에 없겠지요.


올라가게 될 그 순간, 비축해놓은 힘을 기쁘게 쓰기 위하여, 이때다 싶은 마인드로 그냥 지금 잘 쉬어야겠습니다.


요즘 하지 못했던, '잘 자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글을 여기서 마치고, 오늘은 뜬눈으로 밤새지 않고 푹 좀 자도록 일찍 침대에 누워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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