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해 글로 풀어내는 마음

- 머리가 복잡할 땐 글을 씁니다.

by 알레

괴롭다.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보지만 잠에 들지 못한다. 항상 그렇지만 잠들지 못하기 시작하면 뇌가 풀가동되듯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일단 견뎌본다. 어떻게든 잠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깊게 천천히 심호흡을 반복해본다. 자세도 바로 해보고 손으로 감은 눈을 덮어 최대한 스며드는 빛도 차단해보지만 모든 행위는 오히려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기만 한다.


아마 잠들기 위해 애쓰는 행위가 도리어 잠들지 못하고 있음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하나의 시그널이 되어 더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곗바늘의 째깍 거리는 소리도 모자라 끝내 어느 집에서 터져버린 아기의 울음소리마저 들린다. 끝났다. 결국 체념하고 거실로 나와 노트북을 켠다.


머릿속에 널뛰는 생각들을 글로 풀어주면 좀 나아지려나,,,








무슨 생각이 그렇게 가득한 걸까. 정말 별별 생각들이 초단위로 치고 빠진다. 붙잡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감정의 결은 부정적인 것으로 향하는 듯했다. 불안함, 두려움, 망설임, 요즘 내가 가장 많이 겪는 감정상태다. 생각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기도 하지만 이 감정들 역시 전보다는 빈번하게 찾아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머무르는 시간이 아직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두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어차피 잠도 안 오는 거 그 이유를 찾아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나에게 나타나는 부정적인 상태의 주원인은 대부분 망설임에서 기인한다. 나의 망설임은 언제나 나로 하여금 안전지대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요즘 새로운 온라인 강의를 신청했다. 오픈 채팅방의 대화들이 활발하다.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앞서 코스를 진행한 사람들의 간증들이 이어진다. 듣고 있으면 정말 진리를 깨우친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더욱 자신들이 그 코스를 통해 경험한 것들을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 같다.


솔직히 부럽다. 그리고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기대가 된다. 나도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들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면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도 든다. 나도 내 콘텐츠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 저들과 같이 간증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차오르려 하다 보면 얄밉게 '망설임'이 등장한다. 마치 두더지 게임에서 '여보세요, 여보세요'라고 외치며 빼꼼 올라오는 두더지 마냥 얄밉게도 올라온다. 정말 망치로 때려주고 싶다.


망설임은 언제나 나를 의심하게 만든다. 망설임이 던지는 짧은 한 마디의 단골 질문이 있다: '네가?'


알면서도 항상 일정량의 대미지를 입는다. 분명 알면서도 당한다. 이래서 사람이 밤에 잠을 자야 하는가 보다. 괜한 감수성까지 더해지니 툭 던져진 저 간단한 한마디에도 이미 오만가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당장 밖으로 나가 걷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싶어 셀프 마인드셋 모드를 켜준다. 나의 삶에 언제나 망설임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니까. 그동안 내가 해낸 것들, 크건 작건 상관없이 떠올려본다. 내가 쌓아온 시간들.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 시간들. 더 잘 쓰고 싶어서 방법을 찾아 나선 선택의 순간들.


개인적인 호기심에 인스타 DM을 보내 마음을 표현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만남을 주선하는 나의 적극성.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내 것으로 잘 흡수하는 것 같다는 피드백,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잘하는 나의 강점. 마지막으로는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


서서히 불안과 두려움이 사그라든다. '니까짓 게?'라는 망설임의 비아냥에는 '그래! 내가!!!'라고 응수해준다. 점점 다시 평정심을 되찾는다. 그리고 다시 힘이 난다. 불안과 두려움의 구름이 걷히고 나니 뭐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쨍하고 나타난다. 다행이다. 이제 다시 잠들 수 있겠다.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평온해진다. 이것 또한 글쓰기의 매력이다. 종종 생각이 가득 찰 때는 글로 풀어낸다. 대체로 마음이 복잡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웃풋을 만들어내고 싶은 강렬한 의지라고 볼 수도 있겠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나 혼자 어이없어 실소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지금처럼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피어오를 땐 마치 카피를 만들듯 이런저런 문장들이 떠오른다. 보통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누워 있는 경우가 많아 일부러 스마트폰을 켜 일일이 메모하지 않지만 정말 다시 생각해보면 재밌는 경험이다. 이 모든 게 글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겪게 되는 것들이니 말이다.


어쩌면 작가가 된다는 것은 쓰는 행위가 가장 구미가 당기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지 않을까. 사물을 보거나 현상을 인지했을 때 글로 써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든다면, 그래서 어느새 이미 메모장을 꺼내 생각을 빠르게 적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작가적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습관이 작가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나 역시 처음부터 그랬던 사람은 아니니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나는 과잉 생산된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야 후련해지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계속 쓰다 보니 어느새 나의 DNA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뭐든 쓰고 있을 때가 가장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 흰 바탕에 채워지는 문장들을 보고 있으면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새벽 2시 15분. 나의 머릿속을 들 쑤셔놓았던 불안을 여기에 박제시켜버리니 이제 더 이상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넋두리하려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쓰다 보니 어느새 글쓰기 예찬이 돼버린 것 같아 혼자 또 피식거린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나 정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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