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살 일기 - 인생 현타 극복 도전기 ep.10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마음껏 질문해 보세요.
어디선가 여러분을 기다리는 대답이 있을 거예요.
- 어린이 동화책 '내가 찾던 짧은 대답' 중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라는 짧은 대답을 내뱉고 난 후 무수히 많은 질문들과 말들이 머릿속에 던져졌다.
'뭐하고 살 건데?'
'뭐 생각해 놓은 것은 있어?'
'지금 시국에 존버가 답이야'
'응원할게'
'난 용기는 안 나는데 솔직히 네가 부럽다'
'갈 때 가더라도 뭔가 준비는 하고 나가야 하지 않겠어?'
등등등.
어떤 질문에도 쉬이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만큼 살아온 시간 동안 경험이 참으로 단조로왔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매우 좁았던 만큼 나의 상상력이 닿을 수 있는 범위도 좁을 수밖에 없었다. 참 여러 날동안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퇴사,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까에 대해 매일 고민했다. 그나마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곤고해졌다.
아직 명확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지금은 그 방향을 찾고자 부단히 애쓰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실타래의 끝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멈춰 서지는 않을 것이다. 실타래의 끝이 찾아질 때까지 찾을 것이고 보일 때까지 헤집어 볼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결국 각자의 인생마다 각자가 살아가야 하는 방식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다. 땅에 심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다시 씨를 뿌리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시간이 다른 것처럼 나의 시간도 자라고 있고 언젠가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게 된다.
이곳에 퇴사 준비생에 대한 기록은 이렇게 마무리하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굳이 마흔 살 즈음된 어떤 사람의 푸념석인 퇴사 준비 이야기가 뭐 그리 이야깃거리가 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덕분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준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바람이 있었다면 이야기를 마무리할 즈음 무언가 달라져있었으면 했다. 어떤 극적인 변화를 내비치며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 매일매일을 바라볼 때 현실은 비록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적어도 지난 몇 달을 돌이켜보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는 그 작은 변화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더욱 집중해보려 한다. 여전히 이 불씨가 실타래의 끝은 아닌 듯싶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나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훗날 인생 현타 극복기의 후속 편을 기록할 날이 오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기록은 이곳에서 다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