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Dec 30. 2022

글쓰기로 열고 글쓰기로 닫는 삶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올 한 해 동안 몇 개의 글을 썼을까. 화면을 내려가며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어보았다. 어느새 50, 100, 150, 그리고 159개. 이 글까지 포함하면 160개다. 대략 2일 ~ 3일에 글 한 편은 쓴 셈이다. 이 정도면 글쓰기에 진심이라고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본다. 


나의 글쓰기 시간은 대체로 새벽녘이다. 그 새벽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일 때도 있었고 반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요한 시간, 잠든 가족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방에 앉아서 맘에 드는 음악 아무것이나 틀어놓고 주로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는 주로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편이다. 재즈를 좋아해서 가끔은 재즈를 틀어놓기도 하는데, 단, 화려한 변주나 관악기의 연주가 흘러나오는 곡은 피한다. 음악을 듣는 내내 온몸이 리듬을 따라가버리니 피해야 한다. 


하루를 글쓰기로 열고, 글쓰기로 닫는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글루틴(글쓰기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4주간 매일 글을 썼다. 주말도 쉬지 않고 쓰는 것이 목표였는데, 크리스마스 하루를 제외하고 다 쓴 것 같다. 


시작할 무렵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글을 쓰는 4주 동안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을 모아 2022년 회고록 브런치북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이 글 까지 해서 매거진에 딱 10개의 글이 모아진다. 브런치북 만들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어 스스로 만족스럽다.


매일 글쓰기를 하다 보니 느낀 것이 있다. 매일매일 뇌즙을 짜내며 글을 쓴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스레 글의 무게는 가벼워지기 쉽다. 어떤 날은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만큼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냥 써 내려갈 때도 있었다. 반면 매일 반복적으로 써 내려가기에 쓰기 체력만큼은 좋아진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글감이 금방 고갈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무한히 생성됨을 깨닫게 되었다.


글감을 무한히 생성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 나의 글쓰기는 주로 나의 감정에 맞닿아 있기에 감정의 변화에 첫째로 주목하는 편이다.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글이 되곤 한다. 둘째, 함께하는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 특정 키워드, 문장, 독자로서의 경험, 또는 나의 감정을 발견해보는 것이다. 꾸준히 쓰기만큼 어려운 것이 읽는 것이다. 그러나 읽지 않고는 쓸 수 없기에 읽는 시간을 미룰 수 없다. 셋째,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묘사하며 글을 시작해보는 것이다. 창 밖의 풍경, 책상 위의 어질러진 상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나와 관계되어 있는 모든 것들이 곧 글이 된다. 


글루틴 프로젝트 1기의 일정도 어느새 마지막에 이르렀다. 시작할 때 썼던 글 쓰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꺼내 읽어보았다. 


https://brunch.co.kr/@alejjandro/228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좋아서 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봐도 이 이유는 변함이 없다. 좋아서 하니 계속할 수 있는 것이고, 계속하는 이것은 곧 나의 소중한 루틴이다. 


글을 통해 나의 주변을 정리하고, 글 속에 담긴 '나'의 조각들은 불완전한 나를 오히려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때론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글을 이어가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또 때론 내 글이 맘에 안 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을 지나온 지금은 더 이상 내 글에 시비를 걸진 않는다.


오히려 이 꾸준한 기록을 더 지독하게 이어가기로 다시 다짐해 본다. 


한 달 동안 함께한 작가님들의 글과 글 속에 담긴 생각에서 삶을 배웠다. 지혜를 얻었고, 용기를 얻었으며, 무한한 격려와 응원, 그리고 사랑을 느꼈다. 처음 경험해본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에서 나의 강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해볼 수 있었고, 미력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글루틴은 이제 쉼 없이 바로 2기가 시작된다. 놀랍고 감사한 것은 1기를 함께 해주신 작가님들께서 2기 때도 함께 하신다는 사실이다. 알고 보면 팀라이트와 함께 하는 작가님들은 모두 보통 지독하신 분들이 아닌 것 같다. 


어느새 새벽 4시. 한 달을 돌아보며 글쓰기와 함께 오늘도 나의 하루는 이른 새벽에 문을 닫는다. 

함께 쓰기의 효과를 믿고, 2023년에는 적어도 200개 이상의 글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어보며, 4주간의 여정을 마치도록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후에 여전히 막막함 가운데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