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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an 18. 2023

드디어 알았다. 내가 개근상을 받은 이유.

인간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MBTI 어쩌고 하다가 이젠 에니어그램으로 넘어갔다. 최근 에니어그램 기초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나를 알아가기 위한 시간은 언제든 이렇게 재밌고 흥미롭다. 이제 겨우 책을 읽기 시작했고 한 번의 강의를 들었을 뿐이며, 추가적인 이해가 필요해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 수준이라 깊이 있는 말은 못 하겠지만 그 와중에 내가 초, 중, 고, 개근한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주 얕게 알고 있는 에니어그램 9번 유형의 특징으로는 본능이 고착이며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에니어그램에서 9가지 유형을 나누는 중요한 세 가지 기준이 본능, 감정, 사고인데, 그중에 9번 유형은 본능이 왕따 같은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더 깊이 있는 설명은 훗날을 기약하며.


본능은 편안함을 추구한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본능 때문에 무슨 일이든 습관화되면 일처리가 거의 자동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자동화 시스템에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즉, 신경 안 써도 알아서 된다는 뜻. 달리 말하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내가 개근을 한 이유다. 


9번 유형을 표현하는 말 중에, 평화주의자, 귀차니스트가 있는데, 귀차니스트이면서 개근을 한다는 말이 매우 아이러니하고 보이겠지만, 습관적으로 등하교를 하다 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개근상을 받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지금까지 내가 성실해서인 줄 알았는데.


이 유형의 모티브로 작용하는 본능은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가령 직장인의 경우 자기 업무 외에도 회사 시스템 전체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 이유도 전체 시스템에 편승하여 자연스럽게 흘러가려는 성향 때문이라고 한다. 소름. 내가 회사 다닐 때 맨날 생각했던 것이, '아, 이 회사는 대체 시스템이 왜 이래?'였던 것이 떠올랐다. 즉, 시스템이 엉망이면 나는 매우 불편을 감지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건 다른 사람이라고 그렇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저 에니어그램 9번 유형이라면 자신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본능이 불편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소리다. 


뭐 아직은 이 정도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조금씩 또 나를 이해해 본다. 내가 왜 그렇게 아이러니가 많은 사람처럼 보였는지, 왜 그리 부지런 떠는 귀차니스트인지 아주 약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는 것을 계기로 나와 가장 친한 친구도 좀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어졌다. 그가 품고 있는 아픔과 생각들을 알기에 더 많이 행복해졌음 하는 바람으로. 그리고 행복을 찾아가는 그 길에 나른한 보조를 맞춰가며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 나의 목표는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해보는 것이다. 철학보단 심리학적 측면에서. 지금껏 그럴 것 같다고 막연히 알아오던 '나'라는 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해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품고 기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나의 글에 담기길 바란다.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글이 늘 따뜻하고 포근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내 안에 풀어내야 할 감정의 슬러지가 많아 마냥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인간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었음 한다. 


오늘의 글은 개근상으로 시작해서 글쓰기의 바람으로 끝나는 참 이상한 글이 되었지만, 아무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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