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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an 25. 2023

퇴사 후 홀로 서는 시간

쉴 땐 잘 쉬고 할 땐 치열하게 하자

'너희들도 나만큼 치열했으면 좋겠다.'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속의 대사다.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게 던지는 선생님의 그 한 마디. 드라마를 시청하는 나에게도 그 말이 유독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동시에 또 스스로의 모순을 만나게 된다. 치열함이 싫어 떠나 버린 삶인데 치열함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다니.


생각을 돌려보면 지난날 직장인의 삶을 정리했던 이유는 그들만의 치열함이 싫었기 때문이다. 폄하하거나 비아냥 거리고 싶지 않지만, 딱 자기들만의 치열함이었기에. 방향도 틀렸고 방향에 대한 논의 방법도 틀렸었기에. 그리고 누구 하나 그 틀린 방향을 잡아줄 수 없었기에. 그 자리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갈증이 심해졌음을 자주 느끼게 된다. 치열한 삶에 대해서.


가끔은 알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잘 모르겠는 것이 인생이다. 어떤 이는 지금 나에게 '충분히 치열하게 살고 있다'라고 할 수도 있다. 반면 누군가는 '아직 멀었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내가 느끼는 나의 위치는 후자 쪽에 더 가깝다. '아직 멀었다.'


최근 뭔가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잘 잡아왔던 흐름이 툭- 끊어져버린 기분이다. 뭘까? 왜 그럴까? 생각을 거듭해 보지만 뾰족하게 이유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하루에 대한 허탈함이 가시지 않는다. 대체 무엇 때문이지. 질문을 계속 던지지만 답이 나오지 않아 그냥 내내 물음표만 깜빡이는 중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입시를 준비 중인 고등학생들이다.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나의 고교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벌써 20여 년도 더 된 시간을 회상해 보며 내가 찾아낸 하나의 실마리는 '목표'였다. '뚜렷한 목표.' '대학 입시'라는 가장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 


직장인일 때는 개인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도 조직의 목표가 있기에 적어도 방향은 보고 달릴 수는 있다. 열심히 달리다가 그 방향이 나와 맞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 조직을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회사 밖으로 나와보니 뚜렷한 개인의 목표가 중요했음을, 아니 절대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하루를 밀도 있게 채워주는 원동력이 되고, 곁눈질하며 잠시 딴 길로 새어도 다시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푯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해도 혼자만의 레이스에서 그것을 오래도록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서 개인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은 조직의 장점이 된다. 물론 업무 외적인 것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최소한 나에게 주어진 것만 문제없이 처리한다면 다른 것들은 대충이라도 하면 된다. 그러나 프리워커의 삶은 기획부터 계획, 실행, 검수, 피드백 등 모든 사이클을 혼자 진행해야 한다. 자연스레 에너지가 여러 활동에 분산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의 총량이 각각을 충분히 해낼 만큼 크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금방 지쳐버리기 쉽다. 또는 이 모든 과정 중 무엇하나 익숙하지 않다면 그나마 익숙한 것으로 에너지가 편중될 수도 있다. 결국 한 사이클을 온전히 돌려보지 못한 채 지쳐버리거나 번아웃 증상에 허덕이다 보면 목표마저 상실해버게 된다. 그 순간 삶이 멍- 해짐을 느낀다. 


이것이 최근 내가 느끼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그래서,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잘 쉬면서 목표를 다시 세우는 것.


그렇다고 목표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의 목표는 "읽고, 쓰고, 움직이는 삶"을 매일 꾸준히 실천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것이 구체화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굵직한 계획의 틀 안에서 그때그때의 감정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성향이기 때문에 세부 실천 계획은 지켜지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방법을 다시 꺼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나마 하루하루가 만족스럽게 흘러갔다고 느꼈던 때를 돌아보면 주간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간 목표, 그리고 그 외에 하루를 밀도 있게 살기 위한 모닝 루틴이 작동했을 때였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일주일 남은 1월. 그중에 예정되어 있는 일정들을 제외하면 겨우 며칠 되지 않는 시간뿐이지만 다시 모닝 루틴 만들기를 위한 실천의지를 다져본다. 남은 1월은 2월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사전점검 기간이랄까. 


살다 보면 언제나 방향을 잃어버리거나, 방향이 흐릿해질 때가 있다. 때로는 방향을 의도적으로 쫓고 싶지 않아 거부하는 선택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그냥 '그럴 때도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세워둔 푯대를 바라보며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마음은 좀 괴로울 수 있겠지만, 시간이 허투루 흘러가는 듯 여겨지겠지만, 어쩌면 내 몸과 마음은 조금 쉬었으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럴 땐 일단 잘 쉬어주자. 그리고 어디가 고장 났는지 점검해 주자.

제 아무리 고급 세단이어도 고장 나면 멈춰서 버리는 건 당연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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