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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부터 챙겨야 할 것

살아보니 남는 건 딱 이것뿐이더라.

by 알레

인생의 해가 거듭될수록 바라보게 될 삶의 햇수는 점점 줄어들고 돌아봐야 할 시간은 길어진다. 100세 시대로 보면 아직 절반에 이르기까지 10년은 남았지만, 80세 시대로 보면 이미 절반이다. 삶의 절박함을 이야기하기에는,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기에는 체감이 되지 않는 나이임에도 가끔은 뒤를 돌아보며 그때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려 보곤 한다.


기록을 꺼내어 보니 2021년 9월에 비슷한 생각을 하며 나에게 쓴 편지가 있었다.

https://brunch.co.kr/@alejjandro/49


그리고 나에게는 내 맘대로의 상상을 통해 적어둔 미래 커리어 연표가 있다. 이미 브런치에도 몇 번 공개했던 것이기에 또다시 가져와 본다.


미래 연표를 보면 이뤄진 것도 있고 계획과 달라진 것도 있다. 그리고 작성할 때와 달리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며 자신감이 약해지는 것들도 있다. 될까? 정말 될까? 하는 생각들이 들어차기도 한다. 여전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동시에 그 사이 지나온 나의 궤적은 여전히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것들, 너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장인어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보게 되었다. 뻔하지만 잊고 살거나, 인생의 후 순위로 미루고 살아오는 것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건강

우스운 이야기지만 40대에 접어들고 주변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제법 많이 등장함을 느꼈다. 물론 서른 중반부터 이미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했지만, 40대에는 보다 더 진정성이 담긴다.


설 연휴에 장인어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장인어른께서 두 분의 동창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한 분은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우셨던 분이다. 사업을 시작했을 무렵 거래처를 뚫기 위해 방문한 곳에서는 행색을 보고 문전박대를 당하는 게 일상일 정도였다고 하셨다. 그렇게 매번 고생만 하다 어렵게 잡아낸 기회가 소위 대박을 냈고, 진정한 자수성가로 인생 역전을 이뤄내 지금의 테헤란로에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릴 정도가 되셨다고 했다. 어려운 시절을 떠올리며 모교에 장학금도 기부하셨던 분이신데, 안타깝게 향년 60을 넘기지 못하고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일찍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고정 임대 수입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만큼의 부를 이루신 분이시다. 한 번은 농장 일을 하시다 죽다 살아날 정도의 사고를 당하셨다고 했다. 평소 돈을 쓸 줄 모르고 사는 친구였기에 이제 좀 생각이 달라지나 했지만, 여전히 제 몸 하나 챙길 줄 모르는 일 중독자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하셨다.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하냐면서. 그리고 저러다 또 쓰러지면 다 무슨 소용이냐고 말씀하시면서.


건강관리는 머리로는 늘 우선순위지만 실천으로는 생각보다 뒤로 밀리는 영역이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아이 때문이다. 체중이 늘어가는 아이를 안아주고 싶고 번쩍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아빠이고 싶은데, 만성 허리 통증을 안고 살아왔기에 어느 날 갑자기 겁이 났다. 그리고 아들이 좀 더 크면 하다못해 밖에 나가 공이라도 같이 찰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위기감을 느꼈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라고 한때 날아다니던 시절이 없었을까. 대학 졸업할 때까진 학과 대표로 뛸 정도였는데. 건강은 다지는 데는 한 세월 걸리지만 잃는 건 순간임을 절감했다. 만약 내가 20대 중반, 군에서 막 전역하던 때로 돌아간다면 난 향후 10년 동안은 미친 듯이 운동을 할 것이다. 건강은 삐걱 거리는 순간엔 이미 늦은 것임을 부디 깨닫길 바란다. 아무리 높은 뜻을 가지고 산다 한들, 제 몸 하나 간수 못하면 그 뜻이 다 무슨 소용일까.


2. 관계

살아보니 관계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우리는 누구나 관계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다. 타인과 나와의 관계부터,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나와 나를 이루는 세계와의 관계까지. 태어나면 누구나 자연스레 여러 가지 관계의 정글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모든 관계를 다 언급하기엔 아직 내 인생이 너무 짧기에, 그중에 서 딱 세 가지만 추려보았다.


스무 살 나를 만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친구, 사랑이라고.


1) 가족

가족은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안전지대. 그것이 가족의 힘이라고 믿는다. 동시에 가족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가정이 그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한 명의 결혼장려주의자로서 결혼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족 확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요즘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마인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의 사람됨은 서로가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배려할 때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강한 가족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역시 동시에 이러한 관계가 너무나 쉽게 깨어져 가는 모습이 가슴 아플 뿐이다. 반드시 기 켜야만 하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지킬 수 있음 지켜내라는 말은 꼭 하고 싶다.


아이가 자라면서 가장 먼저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 가정이다.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아이들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기르고 싶다면 건강한 가정인지 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가정에서 배우는 시간이 지나면 사회 규범을 학습해 가며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은 할 수 있겠지만 깊은 내면에 불안정함이 늘 남아 있게 된다. 그래서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하고 그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가정의 둥지를 떠난 아이들은 살아가는 내내 어떤 친구와 함께 하느냐가 저들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친구 관계는 절대적이다. 때론 친구가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느껴질 만큼 좋은 친구는 인생의 복이다. 한때 많은 인기를 누렸던 TV 드라마 중 응답하라 시리즈가 떠올랐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계산도 필요 없는 시절, 그저 같이 놀면 친구가 되었던 그 시절, 그 친구들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소중함을 떠올려주었던 드라마다.


2) 친구

지금도 나에겐 '친구'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녀석들은 역시 초, 중, 고 시절의 친구들이다. 이후에도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그때만큼 진하지 않은 것은 이미 내 마음속에 순수함이 약해졌기 때문일까. 우습지만 가끔 세상을 떠날 때 누가 와서 배우 해주려나 생각해 보면 그 녀석들이 떠오른다. 삶에 치여 생사 확인 정도가 전부이지만 언제는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관계 중에서도 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연인 관계다. 사랑하는 사이. 사랑의 감정은 사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일생에, 열정을 다 쏟아내는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다.


3) 사랑

사랑은 시작은 설레고 과정은 아름다우나 끝은 쓰라리다. 지난날의 사랑을 돌아보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사랑을 했던 시간도 있었고, 그저 나의 시린 마음을 채우려 했던 이기적인 사랑도 있었다. 몇 년을 틀어쥐고 놓지 못했던 헤어짐의 아픔도 경험해 보았고, 혼자만의 착각으로 인한 민망함도 느껴보았다. 그렇게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가 깊어졌고 사랑이 가져다주는 성숙의 시간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이제는 내 아이를 바라보며 내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니 조금씩 창조주의 사랑에까지 마음이 닿아감을 느낀다. 그동안은 피상적으로 알아오던 그것들이 조금씩 현실적으로 다가옴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다. 누군가에 대한 설렘, 염려, 진심 어린 응원, 함께 나누는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 배려, 포기, 희생할 수 있는 숭고한 마음을 모두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 그것이 사랑이 주는 가치이다. 존재에 대한 넉넉한 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 가져다주는 교훈이다.


사랑은 결코 쉽지 않다. 가벼이 여겨서도 안되고 욕망으로만 가득 채워져서는 더욱 안된다. 사랑은 사람을 세우는 방향으로 향해야 하고 영혼을 살리는 힘이 되어야 한다.


삶을 돌이켜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랑의 경험이 없다면, 자신의 삶을 깊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삶을 돌이켜 마음을 쏟아낸 사랑의 경험이 없다면,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훗날 내 아이가 자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이가 된다면, 부디 화려한 겉모습에 속지 않기를, 내면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아직은 뭐라고 이야기하기엔 인생 연륜이 부족하지만 자신을 깊이 사랑한다면 타인에 대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조심스레 던져본다.



3. 경험

마지막 한 가지는 경험이다. 흔히들 젊을 때는 놀아라!라고 이야기한다. 당장 지금의 젊은이들은 먹고살 걱정으로 현생에 치여 살기 바쁜데 저들을 향해 맘껏 놀라고 하면 얼마나 무책임하게 들릴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놀아라. 놀 수 있을 때 놀아라'라고.


나의 조보모님의 시대가 부모님의 시대를 거쳐 나의 시대로 흘러왔고, 이젠 내 자녀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족히 100년은 넘게 흘러간 세월 속에 살아갈 걱정이 없던 시절이 있었나. 삶은 곧 죽음에 이르기까지 걱정을 달고 산다. 하지 말래도 한다. 그러니 굳이 더 보태 무엇하겠나 싶다.


주변 사람들 중에 틈만 나면 새로운 경험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경험부자라고 불리는 저들을 보며 뭐 그리 바쁘게 사나 싶었고, 참 맘 편히 산다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지나고 나니 저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부러움만 남았다.


다행인 건 나에게도 세상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렸을 적부터 할 수 있는 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기억나는 어린 시절,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맡았던 최루 가스로 인해 눈물 콧물 흘렸던 경험부터 부모가 되어 매일 부쩍부쩍 자라는 내 아이를 마주하는 경험과, 어느새 그만큼 약해지신 부모님을 바라봐야 하는 경험까지, 삶은 참 많은 경험을 가져다준다.


경험은 인생에 큰 자산이다. 경험이 있기에 이야기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또한 경험을 토대로 '나'를 찾게 되고 빚어나가게 되며 세상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살 걱정은 어차피 매일 하고 살 거니까 굳이 더하지 말자. 삶이 허락된다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데 아끼지 말길 바랄 뿐이다.






고작 40 인생에 뭘 안다고 이런 소리를 하나 싶지만, 그래봐야 딱 이 정도까지다. 앞으로 50이 되고, 60이 되고, 더 나이가 들어가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시간을 거슬러 20대의 나를 만난다면 이 정도 이야기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적어 보았다.


먹고살 것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나 역시 SNS에서 돈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또 너무 그런 모양새만 보다 보니 질릴 때도 있다. 돈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여전히도 얼마나 있어야 만족스러울지,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장인어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지만 세상에는 돈 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충족된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되새겨 보았다. 여전히 삶은 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돈 벌 궁리를 하지만 조금은 더 가치 있는 삶을 향해 하루하루를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자신감으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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