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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09. 2023

침묵은 긍정일까, 부정일까.

결국은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나는 침묵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침묵할지언정, 대화가 끊어지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침묵의 무게는 무겁기만 하다.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침묵은 긍정일까? 아니면 부정일까? 그 답을 듣고 싶거든 침묵하는 대상에게 물어야 하겠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 답을 물을 수 없기에 결국은 해석하는 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래서 지금의 침묵은 긍정일까? 부정일까?


침묵의 힘은 대단하다. 강연을 하는 사람이나, 강의를 하는 사람과 같이 청중 앞에 서는 사람들의 경우 이 침묵의 힘을 시기적절하게 활용하여 이목을 집중시킨다. 마치 블랙홀처럼 그 순간 모든 호흡을 빨아들여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이 침묵이다. 


잔뜩 성질을 부리는 아이를 훈육할 때 엄중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때로는 침묵이 몇 배의 효과를 가져다줄 때가 있다. 보통, 제 스스로 잘못에 대한 민망함을 느끼는 나이에 더 잘 먹히는 방법이지만 역시 순간 공기의 무게감을 증폭시켜 상대를 눌러 버릴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침묵의 힘이다.


그런가 하면 침묵은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한 애씀이기도 하다.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정재계 인사들을 보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삶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침묵한다. 계란을 던지고 각종 언론사에서 비난의 글이 쏟아져 나와도 끝까지 침묵을 유지한다. 결국 그들은 잃은 게 거의 없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게 세상사다. 


물론 같은 종류의 침묵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른 것도 있다. 관계를 지켜내기 위한 침묵. 삶은 수많은 관계 속에 흘러가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 안에 그저 그런 관계들도 있지만, 지키고 싶고 평생 잘 이어가고 싶은 관계도 있다. 오랜 시간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연약함과 부족함을 보게 되기도 하고, 수치스러움 마저 보게 될 때도 있다. 그럴 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겠는가? 아니다. 지키고 싶기에, 속으로 삼킨다. 때론 욱여넣듯 삼켜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그때의 침묵은 긍정을 넘어 위대하다.


다시 묻는다, 그래서 지금의 침묵은 긍정일까? 부정일까?


나의 침묵은 지켜내기 위한 애씀이고,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며, 참회의 시간이고,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의 응축이다. 그런 면에서 긍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내 안에 소란을 잠재우기 위한 시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애써 침묵해 본다. 


내일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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