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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난 하게 돼있다. 아니 결국 난 해냈다!

하나 하는데 망설일 시간에 하나 더 하자

by 알레

안개가 자욱한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산책을 나섰다. 내내 포근했던 어제까지와는 달리 오늘 아침은 조금 쌀쌀한 기운이 얼굴에 와닿았다. 미라클 모닝 5일 차. 오늘도 난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해 본다. 요즘 나는 계속 나의 감정 읽기에 집중한다. 대체로 비슷한 하루 일상을 살아가기에 감정의 변화가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제오늘, 가라앉은듯한 감정 상태를 감지했다.


이럴 땐 보통 두 가지 대표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몸이 피로누적 상태이거나, 둘째, 미뤄왔던 일, 그것이 해야 할 일이든, 언젠간 해야지라며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일이든, 그것들을 정말로 해야 된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에니어그램 9번 유형인 나는 실행력이 빠른 사람은 아니다. 뚜렷한 목표가 없을 땐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보다 대체로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늘 미뤄왔던 일과 언젠가 해야지 했던 일의 공통점은, 아직 뚜렷한 동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지대를 벗어나 불편의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산책길에 들은 콘텐츠에서 경계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경계인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되고 싶은 모습과 현재의 모습대로 살아가고 싶은 나 양쪽에 걸쳐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삶이 뜻대로 변화되지 않는 것이라고. 요즘 자꾸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대입 수능을 앞두었던 고3 시절은 삶의 가장 뚜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혼자만의 목표가 아닌 동류 집단의 목표가 같았으니 파급 효과도 컸다.


지금은 그때와 같은 목표를 갖긴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1인 크리에이터로 살아갈 때는 더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롤모델이고 간절함이다. 롤모델은 푯대가 되어 방향을 잃지 않게 해 준다. 간절함은 주변의 잡음을 제거하고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되어준다.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나의 삶의 방향은 작가보다는 크리에이터의 영역에 있다. 글쓰기는 나를 읽어내기 위한 수단이고 산발적인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는 좋아하는 것이기에 계속한다. 사실 나 스스로를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언제나 그들은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들이라고 여겨왔으니. 그런데 최근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 나도 꽤나 창작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더 잘하고 싶어 고민의 시간을 쏟는다.


그간의 글쓰기와 아침 리추얼을 통해 적어도 여기까지는 왔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어떻게 간절함을 더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역시 답은 실행뿐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물을 내어놓고 냉철한 피드백의 자리에 서 보는 것. 글쓰기도 익숙해지려면 계속 써내야 하듯 창작 활동도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내어놓는 시간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1년의 법칙. 뭐든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다면 1년 동안은 지속해 보자는 내 나름의 다짐. 다시 그 마음을 꺼낼 때가 됐다. 쪽팔림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없이는 잘할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다. 글쓰기에서도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하듯, 처음 한 개를 꺼내놓는 것에 망설일 시간에 얼른 두 개를 꺼내놓을 수 있는 자세로 도전해 보자.


뭐,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잘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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