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종합 퍼포먼스로서의 글쓰기

글쓰기는 가장 정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동적인 행위다

by 알레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가만히 앉아서 무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한 채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 망부석이라 표현할 만큼 움직임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바삐 움직이는 것은 손가락들 뿐. 그런 글쓰기를 두고 나는 가장 정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동적인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왤까?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한 편의 글, 또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텍스트로 표현되는 생각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각을 제외한 수면아래 나머지 부분에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히 생각의 회로를 가동한다. 일전에 감각을 이용한 글쓰기에 대해 기록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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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다. 쉽게 말하면 나만의 최적화된 환경 설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외적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글을 쓰는 내내 내면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감각기관들을 최대한 민감하게 열어놓는다. 들리는 소리가 글로 표현되기도 하고 느껴지는 향기가 글 속의 분위기를 좌우할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시신경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나타나는 순간 몰입도가 깨져버려 그날의 글쓰기를 힘들게 만들 때도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가장 예민해진다. 나름의 최적화를 이룬 상태. 그 상태가 깨어지기 전에 나는 생산량의 최대치를 뽑아내야 한다. 중요한 건 최적화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나 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쓰는 시간을 방해하는 모든 상황에 예민해질 수밖에.


나는 댄서들을 좋아한다. 프로 댄서들의 준비 과정에서, 하나의 무대를 위해 복합적인 것을 고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악. 음악도 BPM부터 리듬, 클라이맥스 포인트, 군무 포인트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가지고 선곡을 한다. 대체로 프로 댄서들의 경우 직접 믹싱을 하기도 한다. 퍼포먼스. 동작의 완성도 못지않게 퍼포먼스의 스토리도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무대 구성과 의상. 조명과 특수효과들까지.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도 이와 유사하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내면의 감정을 건드린다. 툭툭 건드리다 보면 유난히 진동이 오래가는 녀석이 있다. 진동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실마리가 보인다.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생각의 흐름을 좇다 보면 때론 이야기가 맥을 잃어버릴 때도 있다. 잠시 생각을 호흡을 가다듬고 처음부터 다시 훑는다. 빼낼 것은 미련 없이 메모장에 옮겨 적어둔다. 버리기보다는 아카이빙 해두면 훗날의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한 줄기 맥이 잡혔으면 다시 뒤를 잇는다. 마지막 점을 찍고 나면 다시 천천히 글을 읽어보며 호흡을 점검한다. 너무 길어 읽히지 않으면 적당한 선에서 잘라낸다. 어색한 반복은 될 수 있으면 피한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그냥 내버려 두기도 한다.


퇴고의 시간은 그리 오래 갖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퇴고'의 시간은 언제나 '인고'의 시간이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완성글에 집중하기보다 아직은 조금 정돈된 초고 쓰기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양적 글쓰기를 하는 만큼 매 순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는 없기에 적정선에서 마치는 편이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그제야 굽은 허리를 편다. 거북목처럼 앞으로 길쭉하게 내민 목도 풀어준다. 몸을 풀고 나니 글을 쓰기 위한 모든 집중력은 다 사라진다. 남은 건 빙산의 일각뿐이다. 그날의 감정이, 그날의 정수가 담긴 일각 말이다.


글쓰기가 내면의 종합 퍼포먼스라고 느껴져서일까. 글을 쓰고 나면 마치 산책을 하고 돌아온 것처럼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한바탕 뛰고 온 것처럼 활력이 돋는다. 그래서 계속 글을 쓰나 보다. 오늘도 또 이렇게 나만의 무대를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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