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일상과 주어지는 일상

일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 글쓰기의 힘

by 알레

일상. 일상은 참으로 지루하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벗어나고 싶은 삶. 더 이상 특별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시간의 연속. 지난날 내게 '일상'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매일 반복되는 듯 하지만 같지 않은 하루. 안정감을 더해주는 삶. 잔잔하지만 그래서 평온한 시간의 연속. 이것이 현재 일상에 대해 느끼는 것이다. 그동안 오랜 시간 간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이 축복이었음을. 나에게 주어진 일상은 일생의 평안이었음을.


일상에 대한 시각이 달라짐에는 '글쓰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전, 나는 하루를 일 단위로 받아들였다. 그러니 나에게 남는 하루는 늘 '직장 - 집'의 단순한 반복이었을 뿐이다. '출근 - 퇴근 - 짧은 저녁시간 - 다시 출근 - 퇴근 -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저녁시간'의 무수한 반복. 주말이야 조금 달랐지만, 주말도 주말만 모아놓고 보면 '집 - 교회 - 카페 또는 식당 - 집'의 무한 반복이었으니.


그런데 글쓰기를 시작하고 난 뒤 하루를 쪼개는 단위가 달라졌다. 일 단위로만 받아들이던 하루를 분 단위, 때론 초 단위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순간 나의 일상은 더 이상 매일 같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마치 하늘을 바라보며 늘 같은 하늘로 여기다가 타임랩스로 촬영한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의 움직임, 하늘 빛깔의 변화를 느끼며 새로움을 경험하듯 말이다.


글 속에 담아내는 일상은 늘 새롭다. 동일한 건 24시간이라는 시간뿐이었다. 순간의 감정이 달라지니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어떤 날은 바깥세상을 통해 나를 본다. 또 다른 날은 내면에 갇혀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 때도 있다. 글쓰기는 이렇듯 세상을 다 각도로 바라보게 만든다.


글을 쓰는 나에게 일상이 소중해진 또 다른 이유는, 글 속에 기록되는 순간들에는 내가 오롯이 담기기 때문이다. 밤에 잠들기 전 떠오른 글감을, 문장을 기록해 둘 때면 혹여 잊힐까 봐 아침을 서두르게 된다. 그것들을 붙잡고 서둘러 자판을 두드리는 아침은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지금처럼.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치 내가 베스트셀러가 될 작품 하나를 써 내려가는 듯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손가락을 쉴 수가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일상이야말로 글감의 보고다.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글감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글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세상엔 글감이 넘쳐있음을. 연습이면 연습이겠고, 시간의 축적이면 그렇다 말할 수도 있겠다. 무엇이라 설명하든, 중요한 한 가지는 글쓰기를 하고 있느냐라는 것이다. 오직 그 차이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일상이 매 순간 그렇게 새롭냐. 절대 아니다. 일상은 그럼에도 일상이다. 대체로 잔잔하고 잔잔하다. 그러나 일상이 쌓여 만들어진 일생을 돌아보면 누군가에겐 그것이 '지루함'일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평온함'일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소중함'일 것이다.


'삶'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게는 제법 많은 것들이 그냥 주어진다. 공기, 자연, 환경, 등. 주어진 것은 거저 주어졌다 생각하기에 소중함을 쉽게 잊는다. 일상도 그렇다. '주어진 일상'은 그 소중함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어지는 것'들은 다르다. '자유'를 억압받거나 제한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상은 주어진 것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기에 그저 소중하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라 여겨지는 그 일상도 사실은 주어지는 것이라 여김이 마땅하지 않을까? 삶은 언제나 끝이 있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인 그 시간에 절대 당연할 수 없음을 느낀다면 일상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마치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글쓰기를 멈춰야만 하는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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