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근육통이 생겼다. 가만히 앉아있는 스멀스멀 찾아오는 근육통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한참 심할 땐 자주 겪기도 했다. 그래도 근래에는 잘 없었는데, 오랜만에 등부터 목으로 허리로 전방위적 통증이 느껴진다. 이젠 별로 대수롭지 않다. 근육통이 오는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나의 경우는 평소의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오랜 시간 굳어진 잘못된 자세로 틀어진 몸의 발란스. 누굴 탓하겠나.
그다음 가장 큰 원인은 모름지기 스트레스인 듯싶다. 직장에서는 인간관계나 말도 안 되는 이상한 회사 운영 방침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었는데 막상 회사를 떠나니 내면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내가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많아졌다는 소리다. 나의 생각이, 불편한 생각들이 떠나지 않고 끈적 거리는 무언가 처럼 마음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면의 스트레스가 느껴질 땐 첫째 가슴이 답답하다. 소화불량인 듯 꽉 막힌 느낌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등 쪽으로 근육이 뭉치기 시작하는데 이럴 땐 묘하게도 대체로 명치와 같은 선상에 있는 등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버에도 어김없이 그렇게 통증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난 지금 답답함을 아주 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자기 계발을 하고, 뭔가 자리를 잡고자 했지만 허공을 휘젓는 느낌으로 지내온 게 벌써 1년 6개월 정도 지났다. 감정 기복도 식상할 만큼 겪다 보니 '그냥 또 왔네' 싶다. 스스로를 믿으라고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쉬운 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다.
자기 계발 좀 해본 사람은 '낙담의 골짜기'라는 표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더닝-크루거 효과라 불리는 이 실험 결과를 보면 낙담의 골짜기를 지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고 비로소 성장의 시기가 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데 말입니다, 이 골짜기를 지나는 중에는 도무지 언제 그 끝이 올지 보이지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매일 계단을 오르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데 이상하게 제자리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 아니 차라리 제자리면 그나마 다행이다. 기분은 내려가는 듯하다.
성장의 과정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다. 4층까지 계단으로 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운동 좀 했다면 10층 까지도 갈 수 있다. 근데 몇 층까지 가야 하는지 모르고 계단에 들어서는 건, 높고 낮음을 떠나 매 순간의 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마치 뫼비우스의 계단을 걷는 기분이랄까.
아침에 산책길에 들은 콘텐츠에서 '그릇'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인즉슨 꿈꾸는 목표가 확연하게 시각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건 아직 내 그릇이 그것을 담아낼 만큼의 크기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금 나의 그릇은 어느 정도 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여전히 그려지지 않는 건 역시 내 그릇이 그만큼이 되지 못한 것일까. 그러면 그릇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사람은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지. 오만가지의 무게가 새삼 크게 느껴지는 하루다. 산책 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지만 조금은 덜어낸 듯하다. 이 또한 더 높은 계단을 오르기 위해 근육이 다져지는 시간이겠거니 생각하며 오늘도 그저 상황을 받아들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