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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n 28. 2023

나를 한정 짓는 생각들

매일 조금씩 뛰어넘는 중입니다.

1. 나는 누군가 나에게 잘한다고 말하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2.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에 대해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에 대해 누구나 다 나만큼은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의 생각들이 무의식 중에 나를 늘 한정 짓는 생각들이었음을 오늘의 대화 중에 깨달았다.

2023.6.28 알레의 메모


오랜만에 남한산에 나날 작가님을 만나러 다녀왔다. 서울을 약간 벗어난 지역이지만 서울의 서쪽 끝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는 제법 먼 거리를 만남의 기대와 반가움 덕에 힘든 것이 전혀 없이 오갈 수 있었다. 작가님과의 만남이 있는 날엔 언제나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는데 오늘은 위에 적은 세 가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을 만나러 갈 때면 늘 일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을 때인 것 같다. 오늘의 만남은 사실 지난달에 이미 약속했던 것인데도 상황은 동일했다.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게 한 가지 있다. '나만 모른다.' 어쩜 그렇게 나에 대해 나만 모르는 것 같을까. 최근 SNS에 숏폼 영상을 편집해서 올려보고 있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영상 편집이지만 주변의 반응은 내 수준 이상이다. '잘한다', '재능 발견', '매력 있다', '재밌다' 등 다양한 긍정의 표현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다. 


나에겐 그저 신기한 반응이다.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지어 가장 최근 메모에, '이제 릴스 만드는 건 그만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적기도 했을 만큼 내가 받아들이는 나와 누군가 바라봐주는 나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간극을 만든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그 원인을 쫓아가보았다.


'세상에는 이미 숏폼 영상 크리에이터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고작 잔재주에 불과하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고로 난 숏폼 영상 편집을 잘하는 사람이거나 재능이 있거나 매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게 바로 나의 의식 흐름이다. 문제는 비단 영상 편집에 대해서만 이런 의식의 흐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할 줄 아는 모든 것에 대해 나의 무의식은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그러니 잘 나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이건 내 영역이 아냐'라는 생각과 함께 멈춰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또는 요즘같이 누구나 온라인 기반 모임을 만들어서 작더라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그것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난 뭘로 먹고살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고 있다.


오늘의 대화에서 뇌리에 박히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주도성.' 작가님이 보기에 나에게서 느껴지는 안타까운 점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면 잘할 사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역시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면에 나서는 것을 일단 꺼려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현재의 내 상태에 대한 자신감 결여 또는 지식의 부재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몸 담고 있는 코즈모스라는 팀을 보면 함께하는 운영진들 모두가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관련 책을 보고 공부하고 적용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 다시 책을 통해 원인을 찾고 보완해 나가기를 반복한다. 


이 태도가 지금 나에게 가장 가장 필요한 것임을 느꼈다. 누구나 처음엔 모르는 게 당연하다. 모르면 공부해야 한다. 알도록 노력해야 하고 알게 된 것을 적용해 가며 내 것으로 체득해야 한다. 지금껏 나는 머리로는 알면서 '삶'이라는 실전에 그것을 적용하지 않고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장장 3시간 30분가량의 시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기 전, 작가님이 최근에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멘토분께서 작가님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누구나' 자신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엮어서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말은 틀렸어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작가님의 '능력'인거지.   


나에게 이 말을 들려준 이유는, 나 역시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것들로 치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무의식 중에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한정 짓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깊이 느끼게 되었다. 사실 오늘 뿐만 아니라 최근 대화를 나눴던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삶은 참 흥미롭다. 내 안에 어떤 문제의식이 있을 때 신기할 정도로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서로 알지도 못하고 연속적이지도 않은 시기의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보면 나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은 이처럼 나에게 계속 해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동안은 그것을 들을 귀가 없었을 뿐. 


요즘에야 이것들이 들리는 것은 어쩌면 이제야 문제의식이 분명해진 것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답을 찾기 위해선 옳은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법이니 말이다.   

오늘도 이렇게 난 나를 한정 짓는 생각들에서 한 발짝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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