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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07. 2023

나다움은 진짜 나를 내어놓아야 알 수 있는 것

저는 잡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계속 올리는 요즘 재미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사유하며 느낀 점이나 책을 읽고 받은 인사이트를 나누는 공간으로 SNS를 활용해 왔다. 그때는 그렇게 조용하던 공간이 본인이 직접 등장한 짧은 영상을 올리면서 아래와 같은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된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으니 이젠 나조차 헷갈린다. '나 사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인 걸까?' 


사실 보기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그리 높지만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보기보다'는 그렇다. 스스로 그렇게 여기는 이유는 남들의 인정을 받아는 들이지만 완전히 인정하지는 못하는 것이 첫 번째고, 남들의 인정이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그렇게 여겨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두 번째다.


그러다 보니 '진짜 나다운 게 뭘까'에 대해 고민하는 나에게 답을 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SNS에 반복적으로 남겨지는 댓글은 나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근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정리해 본 '나'라는 사람은 '밉지 않게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사람'이었다. 나 자신에 대한 진중함을 늘 가슴속에 품고 있지만 내보여지는 모습에선 친근감과 나름의 끼를 발산하는 것이 나다운 모습이었다.


솔직히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한 건 아니다. 진작 알고 있던 내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을 새삼 대단한 발견처럼 여기는 것은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거대한 미션 아래 그동안 나는 자연스러운 나를 꾹꾹 눌러왔기 때문이다. 대단한 또는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는 페르소나를 보여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늘 부자연스러웠다.


또 다른 한 가지 내가 착각했던 것은 SNS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은 한 줄기여야 브랜딩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물론 뾰족하면 그만큼 타깃도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내 안엔 참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중 무엇 하나를 선택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퍼스널 브랜딩을 고민하다 보니 점점 난 나를 아무 색깔이 없는 사람처럼 여기게 되었고 자기 확신이 약해졌던 것이다. 


가장 최근에서야 내 안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었다. 전혀 상관없는 대화중 누군가 던진 '잡채'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에 남아 계속 맴돌았다. 다양한 재료들이 버무려져 잔치상에 빼놓을 수 없는 맛깔스러운 요리가 되듯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기로 했다. 나를 제한하며 만들어지는 모습은 언제나 불편하고 갇힌 느낌이었다. 


나다움에 대해 계속 질문과 답하기를 반복하며 기록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나온 모든 걸음의 궤적이 없었으면 오늘의 결론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 결론도 단지 '오늘'의 결론일 뿐이다. '나다움'은 '나'라는 맥락 안에서 유동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1 더하기 1은 2'와 같이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때론 혼란스럽고 또 그렇기에 명쾌하게 답을 줄 것 같은 누군가를 찾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나의 결론이다. 남들의 피드백이 아닌 이 모든 것을 종합한 나의 결론. 오늘 나의 결론은 잡채다. 그리고 자유로움. 


앞으로도 계속 이 과정은 지속할 것이고 그때마다 잘 다듬어 기록해 나갈 것이다. 때론 시덥잖고, 뜬금없다가, 웃기기도 하고 갑자기 진지해지는 여러 가지의 나의 모습을 점을 찍듯 기록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다움의 방향을 나의 언어로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결국 나다움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어놓아야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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