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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 글을 끝으로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by 알레

처음 자기 계발을 시작했을 때 뇌리에 확 꽂혔던 표현이 '내가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막연한 희망 같은 걸 가지고 금방이라도 회사 밖의 삶을 멋지게, 새롭게 일궈 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중요한 부분에서 턱 막혀버렸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의외로 주변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당찬 걸음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역시나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제자리걸음인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제자리걸음 중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바람으로 오늘의 글을 적어본다.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없을까?'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데, 아니다. 있다. 좋아하는 게 분명 있다. 근데 왜 그걸 좋아하는 걸로 인정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좋아하는 것'의 전제가 단순히 취미 활동이 아니라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이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려면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정작 취미 수준으로 좋아하는 정도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바람을 갖는 순간 괴리가 생겨버린다. 그것이 반복될수록 점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고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좋아하는 건 말 그대로 좋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먼저다. 그다음에 그중에서 좀 더 좋아하는 것,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또는 주변에서는 잘한다고 이야기해주는 것들을 선별하고 그것을 돈이라는 것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로 개발해야 한다. 그럼 그제야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럼, 좋아하는 걸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역시 답은 간단하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주로 작업하는 내 방 책상에는 책들이 쌓여있다. 책들이 쌓여 있는 이유는 난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받아들인 건 최근에서다. 왜일까? '책을 좋아해'라고 말할 경우 자연스럽게 '독서'로 연결 지어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독서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필요해서 읽는 것뿐이다.


즉,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소리고, 그래서 책이 많은 공간을 좋아한다. 내 방에 책이 많은 건 그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자주 머무는 공간에 어떤 물건들이 놓여있는지 생각해 보면 금방 내가 좋아하는 것 한 가지는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면, 매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즐기는 것이 딱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음악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다. 이 정도면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마니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었고 지금은 소소하게 나만의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좋아하다 보니 집에 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도구가 세팅되어 있다. 그라인더도 사용 중이라 원두를 살 때는 분쇄되지 않은 원두를 구입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걸어 다닐 때도 음악을 듣지 않는다. 팟캐스트를 듣던가 유튜브를 시청하던가, 아니면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커피도 그렇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핸드드립은 물론 아메리카노도 선택하지 않는다. 어쩌다 마셔봐야 라테 종류나 마끼아또 같은 배리에이션을 선택한다.


너무 뻔한 소리들만 해서 좀 미안한 마음도 드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이거다.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른다고 답할 때 혹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탁월한 재능'과 연결 짓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둘을 바로 연결 지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구보다 이 둘을 동일시해왔기에 난 늘 오류 속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글쓰기가 나에겐 하나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도전해 봤을 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썼고 쓰다 보니 익숙해졌고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재밌으니 점점 잘 쓰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며 나의 글과 비교해 보게 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글의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이제 글쓰기는 좋아하는 것에서 잘하는 것으로 넘어왔다.


정리해 보자면 결국 돈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순간 내가 가진 것들이 아무것도 쓸모없는 것들이 돼버린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 여겨도 그것이 돈이 되는 순간부터는 난 그것은 잘하는 것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앞서 적어놓은 전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돈을 벌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 ->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개발하여 돈을 벌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가장 중요한 핵심을 말해주려 한다. 그건 바로 '힘 빼기'다. 어른들이 왜 자꾸 힘을 빼라고 하는 줄 혹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해할 것이다. 사실 힘을 빼라는 건, 적당히 만큼 모호한 표현이긴 하다. 근데 이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쉽게 생각하면, 이런 것이다.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이 힘을 잔뜩 주면 금방 물에 빠진다. 온몸에 힘을 빼고 오직 코어 힘 만으로 균형을 잡으면 나머지는 파도가 이끌고 가는 대로 가게 된다. 수영을 할 때도 상급반에 있는 분들은 하나같이 힘을 빼고 물을 타야 한다고 말한다. 파도타기와 같은 이치다. 수영장에서 잘 보면 상급반으로 갈수록 이상하게 모든 영법이 다 쉬워 보인다. 그만큼 힘을 뺏기에 가능한 것이다.


인생도 결국 힘을 빼야 나의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온전히 느끼는 순간이 주는 충만함을 경험할수록 점점 나에 대해서도 선명해진다. 잔뜩 힘을 주고 있다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것들이 모호하게 다가온다. 더 중요한 건 누군가 자신의 경험으로 던지는 표현에 나를 가두지 말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야 돼!라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칫 그 생각안에 갇혀버려 오히려 자유로운 사고의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라는 우주는 그 자체로 고유하다는 것이다. 서로 비슷한 모습이 있어도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같지 않다. 내가 가진 것을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절하하지 말자. 나의 취향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지 말자. 그것들이 나를 구성하는 재료들임을 인정해 주고 나다움을 발견하는 실마리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흠, 이제 나는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발행' 버튼 누르는 이 순간이 어찌나 좋은지.


부디 더 이상 좋아하는 것으로 고민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나와 같은 당신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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