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어느덧 400개의 글을 발행했다.
오늘의 글 제목은 요즘 매일 읽고 있는 이유미 작가의 책,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에서 따왔다. 카피라이터에게 일상은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듯, 매일 글을 쓰는 나에게도 '오늘'은 지금까지 계속 써 내려가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준다.라는 말로 포장을 해보지만, 사실 책 제목이 너무 멋져서, 부러운 마음에 들고 와 봤다는 게 더 솔직한 이유다.
돌아보니 그동안 발행 버튼을 누른 횟수가 400회가 넘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오늘'을 글 속에 담았고, '오늘도' 멈춤 없이 써 내려가는 중이다.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뿐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나간 어제도 오지 않은 내일도 신경 쓸 것 없이 그저 오늘에만 충실하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은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살면서 흐트러지는 하루를 마주할 때면 직장인일 때보다 더 마음이 크게 가라앉았다. 어쩐지 내가 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 하루일지라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보람차다. 바로 직전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 해도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침묵 상태가 되면 어딘가 밀려오는 감정이 있다. 적어도 오늘을 다 망치진 않았다는 자기 위안 같은 감정 말이다.
사실 최근 들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더욱 농밀한 감정을 담아내는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써 내려가는 글의 밀도가 진하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불과 이틀 전, 에세이를 빙자한 일기를 쓴다고 말할 만큼 가볍게 툭툭 던지는 글쓰기에 대부분 치중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1의 독자인 나 자신이 나의 글에 공명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를 넘어선 독자들은 오죽하겠나 싶다.
닮고 싶은 문체를 가진 작가님들의 글과 정서를 만날 때면 부럽다 못해 기가 죽을 때가 많았다. 똑같이 살아가는 '오늘'인데, 똑같이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데, 왜 나는 미처 느끼지 못했을까 하는. 아니 느꼈는데 표현하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심지어 어떤 날은 그만 써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있지만 나 자신도 웃긴 건 그럴 때마다 또 그 마음을 글로 쓰고 앉았다는 것이다. 돈을 쓰던 버릇은 고치기 힘들다던데 글을 쓰는 버릇도 그런가 보다.
어느덧 함께 작가님들과 함께 매달 스무 꼭지의 글을 써온 시간도 9개월이 흘렀다. 이만큼 해낸 것만으로도 놀랍다. 여기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 온 꾸준함만으로도 아주 대단한데 오히려 내 안에는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잘 쓰기 위해 아마 당분간은 브런치에 글을 매일 쓰게 되진 않을듯싶다. 글을 쓰는 채널은 이미 다양하니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부류의 글쓰기로 매일 쓰는 삶은 이어갈 생각이다. 브런치에는 이전보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더라도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보고 싶어졌다. 마침 브런치 북 프로젝트도 있으니, 무엇을 어떻게 엮어낼지 차분히 고민하는 시간도 가져볼 참이다.
남은 오늘은 나에게 또 어떤 이야깃거리를 건네려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오늘로 쓴 글을 계속 이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