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by 알레

'무엇이든 딱 1년만 해보자. 나 스스로가 그것에 진심이라면 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부터 다짐했다. 처음엔 글쓰기, 그다음엔 커뮤니티 활동 및 운영, 그리고 팟캐스트와 팀 활동까지. 나는 나를 그리 잘 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나마 확실히 아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 호기심이 제법 많아 하나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면 또 다른 것에 기웃거리는 습성이 있다.


좋게 해석하면 제너럴리스트이며 다능인 이지만 실상 오지라퍼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사람이기에 퇴사 후의 삶에 대해 각별히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것이 바로 '무엇이든 딱 1년만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글쓰기는 2년째, 팟캐스트는 1년째, 커뮤니티 활동도 1년째, 글쓰기 커뮤니티 운영은 10개월째다.


가끔 이런 꾸준함이 별것 아니라고 여겨졌다. 눈에 띌 만한 결과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요즘 SNS에 자주 등장하듯, 책을 100권 이상 읽었다던가, 월 1,000만 원을 벌었다던가, SNS 팔로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던가, 협업 제안을 받았다던가 아니면 출간 제안을 받았다던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와우!' 할 만한 무엇도 하나 없이 그저 꾸준함 하나로 귀결되는 나의 지난 시간이 마치 합격 목걸이를 받고도 결국 불구덩이 신세가 되는 그런 기분이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는 짓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요즘 커피 셀프 토크 원서 읽기 모임 챌린지에 참여 중이다. 마침 오늘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Life is full of opportunities everywhere I turn. I'm going for it!
인생에서 내가 돌아보는 모든 곳은 기회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도전하고 있다!

I love today because I'm in charge of my day. I make it what I want! I feel powerful.
나는 오늘을 사랑한다. 내 하루를 내가 책임지기 떄문이다. 나는 내 하루를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든다!
나는 내 안에 있는 강력한 힘을 느낀다.

<커피 셀프 토크> 중에서


돌아보면 나의 지난 삶은 사실 기회로 가득했고 나는 늘 도전하고 있었다. 늘 애쓰고 에너지를 쏟아부을있는 건 나는 내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기에 무책임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다만 한 가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내 안에 있는 강력한 힘이었다. 그 힘이 내 안에 존재하기에 가능했음을 잊어버리고 그저 당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얼마나 경솔했던가 싶다. 1년의 법칙을 꾸준히 여러 방면에서 이어갈 수 있는 근본은 내면에 존재하는 강한 힘, 의지 때문이었는데. 그리고 그것은 절대 가볍지도 당연한 것도 아닌데.


이번 주 금요일, 알레쓰바 1주년 녹음이 예정되어 있다. 작년 9월, 엉겁결에 시작한 팟캐스트. 한 달에 한 번 녹음하지만, 어느새 12번째 녹음하는 날이 왔다. 감회가 새롭다. 1년의 법칙을 지켜낸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지난주, 새벽에 일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회부터 다시 들어보았다.


입이 마르는 긴장감과 녹음 당일 새벽녘에 준비를 마쳐 목소리가 갈라지는 그 어설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말이 장황하여 지루하고 모두가 다 알겠지 싶었던 곡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순간의 정적마저 이제는 피식하게 만드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다른 무엇보다 팟캐스트 1주년은 의미가 남다르다. '과연 이걸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음악 전문가도 아니고, 음악을 자주 듣지만, 곡 제목이나 가수를 딱히 기억하는 건 아니었으니 더욱. 그 어려운 걸 1년이나 해낸 것이다! 매 회차 녹음을 할 때마다 하루 전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듯 준비하는 습관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순간을 불태우는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엄청난 소득이다.


생각해 보면 꾸준함이나 성실함은 늘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것 같다. 취업 준비를 할 때도 드러나는 무엇으로 입증할 수 없는 두 가치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내 안에 존재하는 강력한 힘을, 강력한 무기를 나조차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겨왔다.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꾸준함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아니, 꾸준함이야말로 결국 해내는 사람의 강력한 무기라고. 그러니 나와 같이 그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에 실망하지 말자고. 그리고 감정이 널뛰는 날도, 육아로 치이는 날도, 야근으로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오는 그런 날에도 우직하게 해내고 있는 자기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며 이야기 해주자. "잘 해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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