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2년. 다른 사람들에게 나름의 인정을 받는 것이 있다면 꾸준함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꾸준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적어도 지난 시간 나의 행보가 그 나름의 일관성을 보였다는 소리니.
최근 한 친구랑 꾸준함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 친구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무언가를 꾸준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역시 그 친구가 보기에도 난 꾸준한 사람이었나 보다. 나에게 물어본 걸 보면. 그런데 문제는 이 질문을 받고 난 뒤부터였다. 나는 어떻게 꾸준한 사람이 되었는지 나조차도 모른다는 사실. 난감했다. 뭐라고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순간에 내가 답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글쎄... 난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인가 봐.'
그날 밤 친한 작가님들과 꾸준함에 대한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고 5가지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만약 또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내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은 딱 이 5가지로 함축된다.
꾸준함에 대해 고민이라면 반대로 내가 꾸준하지 못한 이유를 고민해 보는 게 더 빠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다 꾸준하다. 꾸준히 하루를 살아내고, 꾸준히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으며, 꾸준히 즐길 거리를 소비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근데 왜 이러한 행동들은 꾸준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성이 차지 않는 걸까?
보통의 경우 '꾸준히 해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은 삶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쉬운 선택과 반대편에 있는 것들에 해당한다. 운동, 글쓰기, 미라클 모닝, 아침 루틴 만들기, 독서, 관심 분야에 관한 공부, 등. 지금 나열한 것들과 비교하여 유튜브 보기, 릴스 보기, 넷플릭스 보기, 수다 떨기,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기는 너무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즉, 우리가 누군가의 꾸준함을 부러워할 때는 대부분 생산자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자신을 잘 통제하는 경우이며 그들의 공통점은 그것을 해야만 하게 만드는 환경을 설정한다는 점이다. 가령, 유료 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던가 아니면 본인이 모임을 이끌면서 자신에게 강한 책임감을 부여한다던가.
환경 설정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해도 모자라지 않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핵심 요소다.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제성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초, 중, 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 개근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강제성 때문이다.
좀 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군대에서 말도 안 되는 지시에 군말 없이 나가 매일 삽질을 할 수 있는 것도 역시 강제성 때문이다.
한 번쯤은 냉정하게 돌아보자. 혹시 나는 나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사는 건 아닌지.
'Start With WHY'.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책 제목이기도 하고 동시에 무엇이든 지속할 수 있는 근본이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왜'하는가. 사실 강제성은 목적의식과 결합했을 때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꾸준함은 성취감과 지루함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복적인 행동은 익숙함을 만들어 내고 익숙함은 효율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단계에 이르면 익숙함은 새로운 자극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며 그때부터가 지루함이 시작된다.
지루함을 빨리 느끼는 경우도 있고 오랜 시간 뒤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과연 넘어설 것인가 아니면 멈춰 설 것인가는 나에게 뚜렷한 WHY가 있느냐가 좌우한다. 글루틴에서는 매달 첫날에 글 쓰는 이유를 점검해 보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글쓰기도 소위 글태기라 불리는 지점에 이르는 순간이 온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 쓰는 글은 독자의 반응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고 자칫 처음의 마음을 잊게 만들 수도 있다.
꼭 명심하자. 무엇을 하든 주기적으로 나만의 이유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의외로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행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가볍게 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가볍게 하라는 말은 곧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늘 이유를 찾는 데 시간을 쏟는다. 그것이 해내기 위한 이유든 반대이든 상관없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시작도 어렵지만 막상 시작해도 꾸준히 하는 데 적잖은 걸림돌이 돼버린다. 반면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어쩌겠어, 해야지 뭐.'
단순해지자. 꾸준하고 싶으면 복잡하게 재지 말자. 그냥 오늘치를 해내면 된다.
바로 위의 '단순함'과 맞물려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인데 처음부터 너무 힘을 주면 초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리게 된다. 즉 단거리는 스퍼트를 낼 수 있겠지만, 장거리를 소화할 에너지는 이미 고갈돼 버린다는 소리다.
글쓰기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이렇다. '처음부터 대작을 써내겠노라' 마음을 먹고 한 편의 글을 쓴다. 글이 나름 잘 나왔다. 만족스럽긴 한데 대가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흠, 다시 보니 내 글도 쓰레기다. 역시 초고는 초고인가 보다. 퇴고하자. 퇴고하자. 퇴고하자. 퇴고.... 아, 한편밖에 못 썼는데 벌써 마감이라니...
완성도 있는 글을 써낸다는 것은 좋지만 자칫 돌멩이로 블랙홀을 가득 채우겠다는 의지와 같아질 수도 있다. 잘 달리기 위해선 많이 달려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듯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보는 게 중요하다. 많이 쓰다 보면 어는 순간부터는 쓰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퇴고가 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힘 빼지 말고 에너지 분배를 잘하자. 멀리 갈 생각을 하자.
꾸준함에서 재미는 마치 비빔밥에 한 방울 올리는 참기름 같은 존재랄까. 재미는 곧 화룡점정과 같다. 한번 상상해 보자. 만약 앞으로 5년간 지금 당신이 받는 월급과 정확히 같은 금액의 월수입이 보장된다면 당신은 직장을 계속 다니겠는가? 아니면 당장 그만두겠는가?
굳이 '지금의 월급과 같은 금액'으로 설정해 본 이유는 같은 조건일 때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면'이라는 전제는 좀 너무 편향적 아닌가.
위의 질문에 누군가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누군가는 그럼에도 회사에 다닐 것이라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회사 생활이 재밌다면 급여의 많고 적음을 떠나 출근해야 할 동기가 되지 않을까?
고된 일도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고되지 않다. 반면 쉽고 단순한 일도 재미가 없으면 고되다. 그래서 재미는 화룡점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꾸준함을 갖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하는 것에 흥을 더해줄 수 있는 재미 요소를 찾아보자. 분명 참기를 한 방울처럼 풍미를 더해줄 것이다.
내 주위에는 꾸준히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 나가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은 '갓생러', '프로 자기 계발러'와 같이 불린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에는 같은 질문이 존재한다. '대체 어떻게 해야 꾸준하게 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겠지만 생각해 보면 꾸준함은 결국 내가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범주를 정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꾸준함은 휴가 중에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루틴을 지켜내는 것일 테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1년을 기준을 삶의 전반에 걸쳐 계획한 루틴을 반복하는 정도일 것이다. 전자에 속하는 사람은 하루라도 연속성이 끊어지는 경우엔 꾸준함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기반성이 따른다. 반면 후자에 속한 사람은 하루 이틀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또 다른 경우의 예를 들어보겠다. 석 달 동안 매일 독서를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석 달의 회고를 할 때 이렇게 기록했다. '석 달 동안 책을 꾸준히 읽었다!'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수년째 틈틈이 책을 읽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독서 습관을 이야기할 때 늘 이렇게 말한다. '책을 꾸준히 읽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이제 감이 오는가? 나만의 꾸준함은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꾸준함의 함정에 빠지는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꾸준함을 갖기란 분명 쉽지 않다. 성공한 사람의 습관에 자극받아 큰맘 먹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다 뜯어고친다 해도 작심 3일일 확률이 높다. 누군가의 성취에 자극받는 것은 좋지만 진정한 자극은 내 안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꾸준함을 위해선 동기부여가 아닌 동기유발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꾸준함을 기르고 싶다면 어떤 부분에서 동기를 느끼는지 잘 생각해 보자. 그리고 작고 가볍게 시작해 보자. 분명 당신도 꾸준한 삶을 살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