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이 없어도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시대. 실질적인 만남이 없이도 내적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시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새롭게 정의된 관계를 맺는 방식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온라인에 자신을 드러내고 기록된 생각들이 오히려 서로에 대한 안전함과 신뢰를 만들어준다. 그
덕분에 만남의 기회가 다양해졌다. 그리고 만남은 다시 글쓰기로 이어진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삶이 영원할 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고교 시절 한창 지들만의 철학에 심취해 있을 때 ‘영원은 영원이라는 단어에만 존재한다’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우습기만 하지만 나름 그럴싸한 말을 했던걸 보니 생각 없이 살진 않았구나 싶다.
유한한 삶을 살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지경을 넓힐 수 있길 바랐다. 진심으로 다행인 건 나 자신이 주변에 비호감의 매력을 뿜어내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성격 덕분에 선뜻 잘 물어본다. “혹시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만남은 신나는 경험이다. 마치 여행을 떠나듯 낯선 세계와의 조우다. 그래서 베일 속에 감춰진 신비로움을 만나는 설렘이 있다.
어떤 만남은 가벼운 이야기들로만 가득 찬다. 아마 한 단계 들어가기 위한 문을 열기엔 아직 시기상조인 셈이다. 또 어떤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이다. 가장 설레는 만남은 첫 만남부터 서로 무언의 신뢰감이 형성됨을 느끼는 만남이다. 이런 만남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
회사 밖으로 나와 홀로서기를 하면서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가벼운 만남이나 사무적인 관계가 정리되니 달리 남는 게 없었다. 만남은 고프고 사람은 없는 그때, 나는 나 자신을 만났다. 참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많은 순간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나와의 만남. 밀린 이야기가 어찌나 많던지. 매일 글이 되었다.
나와의 화해가 이뤄지니 나와 닮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만남을 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성사되는 시간들은 늘 풍족하다.
글쓰기는 만남의 또 다른 형태다. 어떤 순간엔 더 진솔한 만남인 듯할 때도 있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글 속에 남겨둔 나의 모습이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게 닿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로 여행을 떠나듯 나에게 머물다 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쉼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글을 쓰는 동안 소중한 만남이 멈추지 않기를, 편안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삶을 글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