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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19. 2024

날이 흐리면 스타벅스에 갑니다

비가 내리는 월요일이다. '주룩주룩'은 아니고 그냥 흩뿌리는 흐린 월요일. 확실히 날이 풀린 덕에 한 달 전 보다 더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도 춥지 않아 좋다.


오늘은 집에서 작업을 할까 하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집을 나섰다. 오늘도 늘 가던 그곳. 집 근처 스타벅스로 출근했다. 백수에게 스벅은 호사라지만 감사하게도 지난달 생일에 3만 원짜리 카드를 보내주신 분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던 쿠폰이 남아있다. 가지고 있길 참 잘했다. 어쩐지 시기적절할 때 사용하는 이 기분. 별것도 아닌 뿌듯함을 느끼는 하루다.


요즘 나는 익숙한 생각의 흐름을 바꿔 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중 한 가지는 날씨에 영향을 받는 감정 상태. 지금까지의 나라면 오늘 같은 날엔 무기력감에 젖어있는 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혹 지난번 스타벅스에서 쓴 글을 기억하는 독자가 계시다면 무기력감 3박자를 기억하시리라 생각한다. '피로감, 스산하고 흐린 날씨.'


사실 오늘도 아침부터 두통에 시달렸지만, 그래서 집에 있을까 카페에 갈까를 계속 고민했지만, 또 그래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했지만, 결국 집을 나서는 선택을 했다. 가만 보면 내 안에는 변덕스러운 내가 함께 살아가는 기분이다. 비단 카페에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가기로 결정한 뒤에는 어떤 책을 들고 갈까를 또 한 참 고민했다.


책장 앞에 서서 쭉 훑으며 이걸 들고 갈까 저걸 들고 갈까. 손에 집었다 놓기를 반복. 솔직히 그래봐야 겨우 2~3시간 밖에 없는데 뭘 그리 고민하고 앉았냐며 자신을 다그치기도 했지만 결국 또 나의 가방이 어깨를 적당히 눌러주는 그 무게감에 안정감을 얻었다. 무게감을 느껴야 편안해지는 건 사실 오랜 습관이다. 어쩌면 그래서 뭐든 덜어내는 게 어려운 건가 싶기도 하다.


근래에 쓰는 나의 글이 계속 불안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사람이 불안 불안해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뭐 누가 그럴까 싶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실히 글로 못 박아 두지만 지금의 난 계속 내 안에 짙게 깔려 있던 불안을 마주하고 있다. '글'이라는 거울을 통해. 오랜 세월 있는지 조차 몰랐던 그것을 글이 계속 비추고 있었다. 그걸 이제야 알았을 뿐.


이 시간을 지나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불안은 오히려 마주하면 생각보다 별것 아니라는 것. 생각을 불안에 몰입하면 한없이 가라앉지만 반대로 불안이 가리키는 삶의 방향을 바라보면 오히려 더 나아가게 된다. 오히려 이제야 비로소 퇴사 후에 좀 나만의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물론 정말 심리적으로 깊은 불안증을 겪는 분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의 상태는 그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단지 내가 자꾸 나를 불안으로 몰아넣었던 게 문제였다.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 나는 왜 그리 타인의 동의를 구했던 걸까?' 지난 주말 지인이 나에게 던진 질문을 곱씹어 보니 그 답은 간단했다. 답을 찾기 어려운 '나'라는 우주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피하고 싶었다는 것을.


답을 찾으려면 문제를 직시해야만 한다. 불안하고 싶지 않다면 불안을 바라봐야 한다. 사실 나의 내면의 소리는 가장 정직한 나의 목소리다. 끊임없는 외부의 자극에 가려져 듣지 못했던 진짜 내 목소리. 내가 믿는 건 누구나 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


누군가에겐 얼토당토않은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내 주변에는 실제로 자신의 행복 위에 성공을 쌓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있다. 그리고 더 꿈꿀 수 있는 것이다. 단 한 가지의 숙제는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것일 뿐. 그게 참 어렵다는 게 난제이긴 하지만.


평일 오후 2시. 스타벅스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다 백수는 아닐 테고, 누군가는 자기만의 업을 성실히 이어가는 중일 거다. 나 역시 글을 쓰는 내 삶을 이어가는 중이고. 당신도 당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중일테니 불만족스럽거나 불안한 오늘의 한 조각에 너무 마음을 두지 말고 그럼에도 잘 해내고 있는 나를 더 치켜세워주자. 사실 내면의 나는 나의 인정을 가장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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